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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내년에도 힘겹다… ‘저성장’에 촉각

입력
2015.12.28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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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키워드 ‘구조조정’ 1위

내년에는 ‘저성장’이 압도적

중국의 성장 둔화, 신흥국의 경제 불안 등 세계 경기 침체의 한파가 몰아친 올해, 우리 기업들에게 성장이란 단어는 사치였다. 그만큼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과 긴축 경영으로 한 해를 보냈다. 실적 악화에 시달린 기업들은 방만한 조직과 사업부문을 앞다퉈 정리하는 ‘군살 빼기’에 집중했고, 일부 기업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구조조정과 계열사 매각 등 ‘생살’까지 도려내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건설중장비 제조업체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건설경기 침체로 위기를 맞아 전체 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500여명을 구조조정했고 현금 확보를 위해 높은 수익을 내던 알짜사업부인 공작기계사업 부문을 1조3,600억원에 매각했다.

흑자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올해 20조원 가량의 이익을 낸 삼성전자도 내년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선제적인 사업부문 조정에 나섰다. 건설ㆍ조선업체와 은행 등 금융권에도 대규모 감원 바람이 불었다.

이처럼 기업들이 꼽은 올해의 키워드는 ‘구조조정’이다. 한국일보가 주요기업 217곳을 대상으로 ‘올해 및 내년 산업계 키워드’를 설문조사한 결과 정보기술(IT)ㆍ전자, 자동차, 에너지, 기계, 중공업 등 제조업체의 29.4%는 올해 산업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구조조정’을 꼽았다. ‘내수침체’(26.7%), ‘차이나 리스크’(18.7%),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15.1%), ‘수출 절벽’(9.8%) 등이 뒤를 이었다. ★관련기사 8면

유통업체들에겐 ‘메르스’(54%) 사태가 최악의 공포였다. 내수 침체로 이어진 메르스는 지난 5월20일 첫 확진 환자가 나타난 이후 186명이 감염돼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소비 심리를 급속하게 냉각시켰다. 결국 6월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이 각각 10% 이상 감소했고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도 전년 대비 7% 가량 줄어들게 만들었다. 그 바람에 관광산업 분야 피해액은 3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두산인프라코어 홈페이지 캡처
두산인프라코어 홈페이지 캡처

힘겨운 한 해를 보낸 기업들은 내년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산업계 핵심 키워드로 ‘저성장’을 꼽은 기업이 71.6%로 압도적이다. 그 외 ‘양극화’(16.3%), ‘저유가’(6.7%), ‘신흥시장 개척’(5.2%) 등이 키워드로 뽑혔다.

최근 한국은행은 2016~2018년 향후 3년간 적용될 물가안정목표를 2%로 하향조정하고 잠재성장률도 종전 3% 중반에서 3.0~3.2%로 내려잡으며 저성장ㆍ저물가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저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신흥국의 경제불안이 우리 기업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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