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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新넛크래킹’에 갇힌 한국, 어떻게 돌파할 건가

입력
2015.12.27 20:00

연말에 즈음해 올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 경제를 전망하는 분석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하나같이 우울한 잿빛이다. 우리 경제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선방했다는 평가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더 어려우리라는 단정적 예측 일색이다. 우선 한국일보가 주요기업 217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올해 키워드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이 ‘구조조정’이었고, ‘내수침체’ ‘중국 리스크’ ‘수출절벽’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기업들은 내년 산업계의 키워드로 ‘저성장’을 압도적(71.6%)으로 지목했고, 이어 ‘양극화’ ‘저유가’ 등을 꼽았다. 어두운 경제전망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실제로 기업들의 심리가 잔뜩 위축돼있는 점은 걱정스럽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년 한국 경제에서 주목해야 할 10대 이슈 중 하나로 지목한 ‘신(新)넛크래킹’ 현상 역시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느 때보다 높은 파고에 맞닥뜨릴 것임을 예고한다.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일본과, 우리와 기술격차를 거의 좁힌 중국 사이에 한국 경제가 끼었다는 의미다. 중국의 가격경쟁력과 일본의 기술우위에 봉착했던 과거 넛크래킹 현상보다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는 내수와 투자부진, 저출산ㆍ고령화 등으로 연간 3% 성장률 달성마저 불투명하고,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세계경기 둔화, 원자재가격 하락, 신흥국 불안정, 테러 위협 등 위험성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는 것이 우리뿐 아닌, 지구촌의 과제가 돼있다. 획기적인 해법이 나올 리 만무하지만, 당장은 구조적인 접근과 대증적 요법을 병행해 일단은 당장의 충격을 견디는 일이 최선으로 보인다. 그러려면 우선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는 한계기업부터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외부 감사대상인 2만7,995개 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은 2009년 8.2%(1,851개)에서 2014년 10.6%(2,561개)로 늘어났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권은 구조조정을 통해 이들 한계기업의 부실이 누적, 확산하지 않도록 차단막을 설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반면 유보금을 쌓아놓고도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기업에는 규제완화 등을 통해 투자를 촉진하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또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환리스크 관리 등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어두운 먹장구름이 시시각각 다가드는 상황에서 선제적이고도 과감한 대응을 망설일 게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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