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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 하려면 매일 문안인사”… 강화풍물시장 상인회 갑질 ‘진실게임’

입력
2015.12.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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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5명이 창업한 화덕식당

“강화군이 추천서 받아오라 해

상인회 찾아갔더니 황당한 단서

부르면 언제든 허드렛일까지…”

상인회 “사이 원만치 않았지만…”

재계약 조건엔 “사실무근” 발끈

협동조합 브랜드 '청풍상회'를 만든 청년 상인들이 지난 5월 인천 강화풍물시장 2층 자신들의 가게인 화덕식당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 상인회가 임대계약 갱신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아침마다 상인회장에게 문안 인사를 해야 한다' 등을 내걸었다고 주장했다. 청풍상회 제공
협동조합 브랜드 '청풍상회'를 만든 청년 상인들이 지난 5월 인천 강화풍물시장 2층 자신들의 가게인 화덕식당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 상인회가 임대계약 갱신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아침마다 상인회장에게 문안 인사를 해야 한다' 등을 내걸었다고 주장했다. 청풍상회 제공

인천 강화도 토박이 김토일(27)씨는 조성현(29)씨 등 다른 청년들과 함께 2013년 말 강화풍물시장에 ‘화덕식당’을 열었다. 밴댕이 식당과 화문석 가게가 밀집한 시장 2층에서 하나뿐인 피자집이었다. 비보이, 통역사 등 독특한 이력을 지닌 김씨 등 청년 상인들은 ‘청풍상회’라는 협동조합 브랜드를 만들고 시장에서 족욕카페 등도 열었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강화풍물시장이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대상에 포함되면서 꾸려진 육성사업단이 청년상인을 모집하면서 모인 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이들은 몇 년 동안 방치된 쓰레기더미가 있던 곳을 치워 가게를 만들고 집기를 주워오고 피자 만드는 법도 배웠다.

손님은 5일장이 설 때나 빈 자리를 가끔 매워 주었다. 하루에 피자 한판이 겨우 나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청년상인들은 좌절하지 않았고 서로 격려하고 협심해 식당을 운영해 나갔다. 이제는 월 매출 1,000만원이 넘을 만큼 자리를 잡았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화덕식당을 카페 삼아 차를 마시거나 청년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묻는 상인들도 생겨났따.

그러자 김씨 등은 자연스럽게 이달 말 3년간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과 함께 종료되는 강화군과의 가게 임대계약을 갱신하려 했다. 지난 2년간은 육성사업 혜택을 받아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됐다.

청년 상인들은 육성사업단을 통해 강화군에 재계약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응답이 없었다. 급기야 계약 만료가 코앞이라 애가 탄 김씨 등에게 최근 믿지 못할 얘기가 들렸다.

김씨는 “강화군은 재계약 요청에 대한 답변을 미뤄오다 일주일 전쯤 ‘상인회의 추천서가 있어야 한다’ ‘상인회가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상인회 동의 없이는 재계약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청풍상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 “상인회를 찾아갔으나 상인회는 추천서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단서 조항을 달았다” 고 썼다. 단서 조항은 ‘장사는 12월 31일부로 그만둔다’ ‘아침 9시마다 상인회장에게 문안인사 드린다’ ‘2, 3개월 동안 시장 1층 카페에 대기하고 있으며 부르면 언제든지 나와서 시장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 등이었다.

또 “2, 3개월 뒤 하는 것 봐서 추천서를 주고 그게 싫으면 관두라고 한다. 나가면 사람 고용해서 직접 운영 할 것이라고 해 강화군청에 이야기하니 상인회 추천서 없으면 임대 계약이 어렵다고 했다”면서 막막하고 억울하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상인회는 김씨 등이 주장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앞으로 고소 등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승원 상인회장은 “청년들이 직접 얘기를 했다고 거론한 상인회 임원과 상인회 이름으로 명예 훼손, 허위사실유포로 고소장을 작성해 경찰서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인회 측은 이날 오후 5시까지 김씨 등이 SNS에 올린 글을 내리고 사과문을 올리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했으나 김씨 등은 글을 삭제하지 않았다.

다만 상인회 측은 청년상인들과 사이가 나빴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청년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회장은 “시장에 페인트칠이나 화단 공사할 일이 있으면 나부터 나가 일을 하지만 청년(상인)들은 지난 2년간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인식이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본보 취재결과 상인회 측은 김씨 등에게 강화군과 임대계약을 맺기 위해선 우선 상인회에 들어와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인회에는 시장 내 190여곳이 가입돼 있다.

서 회장은 “한 임원이 청년들을 찾아가 ‘아침 10시에 간부 티타임이 있으니 와서 차도 마시고 하라’고 한적은 있으나 (문안 인사하라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4명의 증인도 있고 청년들은 나랑 대화할 때도 다 녹음했으니 그것을 들어보면 사실이 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강화군은 청년상인들에게 상인회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았고 재계약과 관련한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오윤근 강화군 경제교통과장은 “시장 건물은 강화군 소유로 상인회 상인들도 매년 계약을 맺어야 하고 청년들이 재계약한다면 다른 상인들처럼 공개 입찰 등을 거쳐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특혜를 주거나 차별할 이유가 없으며 어제(23일) 청년들과 대화를 나눠 잘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상인들은 상인회와 강화군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상인회 임원이 한 얘기는 우리가 직접 들은 얘기로 상인회는 지금와서 ‘오해다’라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글을 내리거나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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