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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에서 발 빼는 은행들.. 국책은행 “어쩌나”

입력
2015.12.24 04:40
STX조선해양이 건조한 LR1급 탱커의 모습. STX조선 제공
STX조선해양이 건조한 LR1급 탱커의 모습. STX조선 제공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STX조선에 대한 추가지원을 하지 않고 채권단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는 등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의 독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기업 여신의 엄격한 관리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부실 기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을 하는 대신 건전성 개선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데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우리은행ㆍ 하나은행 STX채권단 ‘탈퇴’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5일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부의한 4,530억원의 추가 지원 안건에 대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부동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지난 3분기 기준 STX조선에 대한 여신공여액인 3,800억원의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반대매수청구권을 청구하면 기업의 청산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받지만 STX조선의 경우 청산가치가 매우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나은행도 이날 지원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공식화했다. STX조선에 대한 여신공여액 약 1,000억원을 포기하고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후 채권단에서 빠지겠다는 것이다. 여신공여액이 900억원 수준인 신한은행은 현재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동의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는 올 3월 SPP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지원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채권단이 4,850억원의 추가 지원을 결정하자 KB국민, 신한, SC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차례로 반대의사를 밝히며 채권단을 탈퇴한 바 있다.

금융당국도 “엄격한 여신관리” 압박.. 국책은행 부담만 가중

이는 조선업의 업황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산은은 STX조선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내년 하반기까지 추가 지원이 필요없다고 봤지만, 시중은행들의 판단은 달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지원안이 확정될 경우 채권비중(7%)에 따라 추가로 내야 할 비용이 약 360억원에 불과했지만, 이 돈을 더 내고 계속 발목이 잡히느니 3,800억원을 손해보고 말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 중인 금융당국의 압박도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당장 내년부터 은행들의 기업 여신 관련 건전성 강화 규제를 시행하고, 이달 말까지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을 가려낼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STX조선 여신을 ‘회수의문’ 단계로 분류하고 지난달 100%의 충당금을 쌓은 상태다.

시중은행의 이탈에도 산업은행이 제시한 STX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안은 통과가 유력하다. 이미 동의 입장을 정한 산은, 수은, 농협은행만으로도 가결 기준(75%)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국책ㆍ특수은행들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산은 관계자는 “일부 채권단이 이탈하면 4,530억원 지원에 대한 부족분을 남은 채권단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남은 채권단이 부담할 금액은 5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향후 다른 업종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확대될 경우에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과 달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특수은행인 농협은행 등은 사회적인 여파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이순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운신의 폭이 좁은 국책은행들이 부담을 떠안는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무적인 차원을 넘어 산업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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