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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권 2인자’ 최경환

입력
2015.12.23 20:00

얼마 전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 100명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권력실세’ 설문조사가 있었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1,3,4위를 차지한 것도 놀라웠지만 그 아성을 뚫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위에 오른 점도 주목을 끌었다. 황교안 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이 훨씬 적은 표를 얻은 것은 권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원만한 성격에 입이 무거운 ‘정무형 경제통’ 최 부총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은 절대적이다. ‘정권 2인자’ ‘실세 중 실세’ ‘친박 총사령관’ 등 그를 수식하는 말은 차고도 넘친다.

▦ ‘최경환 파워’는 전방위로 커지는 양상이다. 그의 모교인 대구고 인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세청장, 감사원 사무총장, 합참의장, 기무사령관 등 권력 요직을 장악했다. 최근 모 신문의 파워엘리트 출신고교 분석에서 전통의 경기고, 경북고에 이어 일약 3위에 올랐다. 며칠 전 개각 후 관가에서는 “역시 최경환”이란 반응이 나왔다. 지난 10월 개각에서 장ㆍ차관 3명을 배출한 기획재정부가 이번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거머쥐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경제기획원이 부럽지 않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최경환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ㆍ청도의 내년도 예산은 정부안보다 500억원 늘었다.

▦ 최경환의 귀환으로 새누리당에 파장이 일고 있다. 친박계 지형에서부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무게중심이 서청원에서 최경환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서청원이 친박 좌장 역할을 할 수 있던 배경에는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묵인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류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최경환 복귀를 앞두고 세 과시에 나선 친박계 모임에 서청원이 불참했다. 심지어 친박계 일각에서는 서청원 총선 불출마론까지 제기된다.

▦ 결속력을 되찾은 친박계는 총선 공천을 놓고 김무성 등 비박계와 ‘진검승부’를 펼칠 준비가 돼있다. 박 대통령은 대리인 최경환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이 낙점하는 인물이 바로 ‘진박’이라는 얘기도 있다. 친박계는 총선에서 몸집을 최대로 불린 뒤 최경환을 내년 7월 선출될 차기 당대표로 세울 구상을 하고 있다. 이후 친박계가 미는 대선후보를 옹립한다는 것이다. 권력투쟁 바람은 야권뿐 아니라 여당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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