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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1곳은 만성 좀비기업

입력
2015.12.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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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안정보고서

가계부채 소득 대비 143%… 소득보다 2.4배 빨리 늘어

고령층 빚부담에 자산 처분 땐 부동산가격 급락 우려

전셋값 20% 내려가면 세입자 5%는 보증금 떼일 수도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허재성 부총재보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허재성 부총재보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 10곳 중 1곳은 장기간 이자비용도 못 벌고 있는 '만성적 한계기업'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가 소득의 2.4배 수준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고령층이 빚 부담에 대거 자산을 처분하면서 부동산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및 기업부채, 주택시장 과열, 신흥국 경제불안 등을 국내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외부감사 대상) 2만7,995곳 중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10.6%(2,561곳)으로, 2009년(8.2%)에 비해 2.4%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할 수 없는 한계상황을 최근 4년 연속, 혹은 지난 10년 간 6년 이상 겪고 있는 '좀비기업'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금융기관의 관대한 기업부채 관리,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등이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킨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계기업이나 단기채무 과다 기업 등 유동성 부족에 빠지기 쉬운 위험기업의 채무 비중도 전체 기업채무의 21.2%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2009년 16.9%)을 상회하고 있다. 국내경기 둔화, 미국 금리인상을 감안한 스트레스테스트(경기 충격에 따른 부실위험 측정) 결과 이러한 위험부채 비중은 성장률 1.5%포인트 하락 시 19.4%(+3.4%포인트), 금리 1.5%포인트 상승시 21.2%(+5.3%포인트)로 늘어나고, 두 충격이 동시 발생하면 24.1%(+8.2%포인트)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율(전분기 대비)은 지난해 2분기 5.7%에서 올해 3분기 10.4%로 폭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4%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3월말 138%에서 9월말 143%로 5%포인트 상승했다. 우리나라 가구의 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적이다. 지난해 말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말보다 19.9%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1.6%포인트)의 12배를 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520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대출도 가계부실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가 인구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부정적 영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가 대거 은퇴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부채상환 부담을 줄이려 주택 등 실물자산 처분에 나서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의 핵심 수요층인 35~59세 인구가 2018년 이후 감소함에 따라 고령가구가 자산 처분에 곤란을 겪으며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집단대출 역시 내후년까지 월평균 3조~4조원 규모로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및 부동산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최근 아파트 분양 호조로 집단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가계부채 총량이 늘어나고 부채의 질적 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분양 과열 조짐을 보인 일부 지역에선 분양 물량 입주시기가 집중되면서 지역 주택가격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임대가구 중 전월세보증금 부채가 금융자산을 초과하는 가구가 43.6%에 달하는데, 주택가격 하락으로 보증금 가격이 20% 떨어질 경우 임대가구의 5.1%가 보증금을 상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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