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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기상황에 과감한 정책변화 기대 어려운 개각

입력
2015.1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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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에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을 기용했다. 이로써 현 정부 3기 경제팀은 다시 정치인 출신 사령탑에 현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내정자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등으로 틀을 갖추게 됐다. 유 내정자의 기용은 일견 적극적 경제활성화와 4대 개혁 마무리 등 정책의 일관성에 초점을 둔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시급한 거시정책 전환과제 등에서 전략적 소신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거두기 어렵다.

일단 임 위원장의 유임과 주형환 산자부 장관 기용은 평가할 만하다. 산업ㆍ기업 구조조정 격변기에 금융과 산업정책의 핵심포스트를 오랜 경험과 추진력을 겸비한 정통관료가 맡게 돼 보다 안정적 정책을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처 간 정책조율과 거시정책의 균형이다. 금융ㆍ산업 장관의 정책의지가 아무리 견고해도 경제부총리가 청와대 등의 정치적 요구에 휘둘려 단기 성과와 실적에 쫓기다 보면 일방통행식 정책과 정책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돌이켜보면 현 최 부총리는 과감한 정책 드라이브를 폈다. 팽창적 예산 편성과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 세월호 후유증과 메르스 파동을 겪으면서도 내수 침체를 막았고, 공공기관 개혁과 공무원연금 개혁 등에서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재임 중 실적에 급급하다 보니 표시가 덜 나는 산업ㆍ기업 구조조정은 지연됐고,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으로 가계부채를 1,200조원까지 부풀리는 실책을 피하지 못했다.

유 내정자는 최 부총리의 이런 실책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 부총리 재임 기간인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의 위험을 방치했고, 전ㆍ월셋값 앙등을 오히려 부추김으로써 서민 주거비 급등을 초래했다. 서민 주거비 문제에 대한 소홀한 정책의지는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 정치 현장에서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유 내정자의 정책의지가 여전히 지난 시대의 성장 중심과 대기업 우선주의에 매몰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3기 경제팀 앞에 놓인 과제는 크다. 당장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위기상황 속에서 무엇보다 경제 안정을 유지하는 일이 절실하다. 성장보다는 소득, 매출보다는 수익, 실적보다는 민생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거시경제 전반의 정책 패러다임도 바꿔 나가야 할 전환기적 시점이다. 유 내정자를 둘러 싼 만만치 않은 환경과 충분히 검증되기 않은 역량에 불안감을 가지면서도 분발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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