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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화와 타협 통해 의회민주주의는 지켜야

입력
2015.12.18 20:00

지난 14일 별세한 고(故)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앞서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장으로 거행된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은 8선 의원과 제14, 16대 국회의장을 지내면서 의회민주주의 확립에 헌신했던 고인의 공을 기렸다. 특히 정의화 국회의장은 영결사를 통해 “여야를 초월해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해 삼권분립의 기틀을 닦았기에 오늘의 대한민국, 오늘의 대한민국 국회가 있다”고 고인의 업적을 평가했다.

쟁점법안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국회의장 간 갈등이 첨예한 요즘 상황에서 의회주의자로서 고인의 면모가 한층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이 전 의장은 생전에 남긴 구술에서 “헌법을 보면 2장이 인권, 3장이 국회, 4장이 행정부로, 국회가 행정부보다 순서가 앞서 있다”면서 입법부가 청와대 눈치를 보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의장 재임 중 국회선진화법이 없던 시절임에도 직권상정을 통한 날치기 처리가 사라지도록 했다. 국회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해 국회의 권위를 지켰다.

하지만 고인의 뜻과는 다르게 쟁점법안 국회 처리를 둘러싼 작금의 상황은 의회민주주의에 일대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청와대는 정 의장이 국회선진화법 규정을 들어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거듭 불가입장을 천명했음에도 “비정상적인 국회 상태를 정상화시킬 책무가 있다”며 정 의장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이날 영결식사에서 “의장님의 높은 뜻을 받들어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불가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의회민주주의 위기 출구는 이 전 의장이 강조하고 실천했던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에서 찾아야 한다. 정 의장이 17일 저녁 의장공관에서 여야대표 및 원내대표들과 만찬 회동을 갖고 쟁점법안 처리와 아직 결론을 못 내린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한 것은 그런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여야는 앞으로도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계속해 접점을 찾기 바란다.

청와대도 경제위기에 따른 쟁점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들어 국회의장과 야당에 압박만 가할 게 아니다. 국회의장을 찾아가 직권상정을 요구할 시간에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하라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 시절에는“쟁점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권상정에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 당시 청와대의 일방적인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19일은 대선승리 3주년이다. 초심을 돌아보고 이해와 공감대를 구하는 정치를 다시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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