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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원 앞서 기업ㆍ근로자 공생 방안부터 찾아야

입력
2015.12.18 20:00

연말 분위기가 차갑다. 조선과 중공업 부문에서 촉발된 대기업 인력감축이 전방위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임원급 직원을 대상으로 해오던 연례적 감원이 이제는 중간직급은 물론, 신입사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또 실적이 그럭저럭 견딜만한 대기업들도 내년도 불투명한 경제전망에 근거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희망퇴직을 신청 받는 과정에서 면담, 교육 등을 통해 사측이 무리하게 직원들을 내쫓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사무직 3,00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신입사원까지 대상자에 포함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결국, 박용만 두산 회장이 “신입사원에 대한 보호조치를 계열사에 지시했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청년들에게 던진 충격을 무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기업들이 입으로는 청년실업을 걱정하면서 갓 사회에 자리를 잡은 취업자들을 쫓아내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청년고용은 대기업의 사회적 의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희망퇴직은 이름 그대로 희망자에 한정하는 것이 옳다. 이들에게 면담이나 교육 등을 가장해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것은 강제해고나 다름없는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밝혀둔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하강 등으로 경제환경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성장도 한계에 부딪히면서 기업들은 대ㆍ중ㆍ소를 가리지 않고 수출과 매출이 줄어들어 신음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에는 구조조정이 절박한 실정인 것도 사실이다. 기업에 무리하게 고용을 유지하고 확대하라고 종용할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고, 직장인들은 언제 쫓겨날지 몰라서 떨고 있다.

그러나 희망퇴직이나 해고 등은 당장 비용을 줄이는 방안일 뿐 기업의 체질개선이나 구조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당장 어렵다고 직원들을 내보내면 기업의 미래가 기약이 없다. 오히려 기업 경영이 악화한 원인에 경영진의 미래예측 실패나 신기술개발 부진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지 등을 살필 필요가 있다. 또 사측이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고회피와 자구노력을 충분히 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경영의 위기를 해고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만 손쉽게 전가하는 방식은 온당치 못하다.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기업의 이 같은 행태를 노동계가 우려하기 때문이다. 해고나 감원은 개인적 차원에서 가족붕괴를 초래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중산층 해체 등의 해악을 발생시킨다. 감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기업과 근로자가 머리를 맞대어 상호 공존할 방안을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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