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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국가비상사태?" 靑 vs 鄭, 복잡·미묘한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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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연내 처리를 두고 청와대와 입법부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당초 여야의 입장 차이가 컸던 법안을 두고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두루뭉술 합의한 데서부터 발이 꼬이더니,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나서 입법부 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됐다. 여권은 헌법상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까지 만지작거리며 정 의장을 무한압박하고 있지만, 여야 합의처리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비상 사태’규정을 둘러싼 현격한 인식차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으로 인한 야권 분열 상황으로 사실상 여야 협상이 불가능한 국회 마비의 비상 사태라는 기본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국회법에도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여야가 합의한 경우에 직권상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만큼, 사실상 국가 비상사태에서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 의장은 비상사태로 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법 85조에 국가 비상사태에 심사기일 지정(직권상정)이 가능하다고 돼 있는데, 과연 지금 경제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느냐 하는 데 대해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분명한 뜻을 전달했다. 그는 “제가 자문을 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도 그렇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긴급재정경제명령권까지 꺼내 들었다. 김무성 대표가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검토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검토해 보겠다”고 답하면서 사안이 더욱 증폭된 것이다. 국회 부의장인 정갑윤 의원도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금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한 때”라며 “대내외적 경제 여건과 우리 경제 상황을 볼 때 지금이 비상 상황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긴급명령권에 대해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선을 그었다.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은 헌법 76조에 “내우외환ㆍ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ㆍ경제상 위기에 있어 국가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라는 엄격한 전제 조건을 두고 명시한 재정ㆍ경제 처분권이다. 때문에 청와대는 긴급명령의 법적 안정성이 취약할 뿐더러 헌법소원 등 법적 논란까지 야기할 수 있다며 사실상 검토 단계에서 폐기한 사안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이 제시하는 긴급명령권은 정 의장을 무한 압박하기 위한 협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유신의 부활’이라며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직권상정에 대해서도 “청와대, 여당의 말대로 만약 지금이 ‘비상사태’라면 그게 누구 책임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여권은 여야 막판협상에 기대하는 눈치
정 의장이 사실상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함에 따라 남은 길은 여야 협상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조차 긴급명령권이 가진 폭발성을 우려해 “대형 악재와 경제 쓰나미를 막는 역할을 국회가 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대통령이 조치하는 것은 그 다음”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나 여당에서는 여야 협상을 통한 막판 타결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 의장이 이날 직권상정을 거부하면서도 “여야 협상을 막판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힌 대목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무지막지하게 직권상정 하라는 건 아니다”면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잘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선거구 획정과의 연계 처리에 대해서도 “법안과 선거구를 맞바꿀 수는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혀 향후 여야 협상이 순조로울 지는 미지수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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