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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 의장의 ‘입법 비상사태’ 인식에 공감한다

입력
2015.12.16 20:00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새로운 선거구 획정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심사기간 지정, 즉 직권상정을 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정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청을 분명하게 거부하는 한편,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는 연말에 직권상정을 통해 ‘입법비상사태’ 해결을 결행할 것임을 거듭 다짐했다.

다만 “어제 일곱 시간 논의하고도 여야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지만 많은 부분에서 의견접근이 이뤄지기도 했다”며 “좀더 논의를 진행할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재차 여야 지도부의 막바지 담판을 중재할 뜻을 비쳤다. 구체적으로 야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불가능해진 반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요구는 여당이 심사숙고하고, 야당도 그에 맞춰 테러방지법안 등 6개 쟁점법안의 일괄처리를 검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대화를 하면 타협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여야 의 지속적 대화를 부추기면서 ‘12월 말’로 직권상정 시기를 못박았다.

우리는 정 의장의 인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현행 선거구가 위헌이라고 보면서도 입법 공백을 막기 위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지역구 인구 편차가 2대1 이하인 새로운 선거구를 ‘2015년 12월31까지’획정하라고 명령했다. 이때까지 새 선거구 획정표를 담은 선거법 개정을 하지 못하면 내년 4월13일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법이 사라진 상태, 즉 입법공백 상태가 된다. 국회의원 선거의 근거 법률이 부재한 상황은 국가 입법기능의 전면적 마비를 예고하는 것이자 헌재의 명령을 부정하는 것으로서 그것만으로도 ‘헌정위기’나 ‘국가비상사태’라 할 만하다. 흔히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 제85조가 직권상정의 요건으로 규정한 ‘천재지변, 전시ㆍ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여야 합의 등’에 해당할 만하다.

물론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어떤 안을 상정하느냐는 문제는 남는다. 국회법은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인 획정위원회가 획정안을 만들고 국회가 의결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획정위가 이미 10월13일의 국회 제출 시한, 국회가 11월13일의 의결 시한을 넘겼고, 국회 정개특위 활동도 끝났다. 따라서 이미 무너진 절차적 요구에 연연할 게 아니라 연말까지 선거법 개정을 마치라는 실체적 요구에라도 충실히 따라야 한다. 국회의장이 눈을 뻔히 뜨고 그런 입법ㆍ헌정위기를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악의 경우 정 의장이 임시로 새로운 절차를 창설하더라도 비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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