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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후보 등록 첫날... 링도 룰도 없는 '깜깜이 선거'에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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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땐 60여곳 조정 불가피
재등록ㆍ사무소 이전도 배제 못해
신인들 “일단 얼굴 알려야” 발동동
인지도 높은 거물 신인은 여유만만
혼란 빠진 野 등록률 與의 절반 불과
내년 4ㆍ13 총선에 출마한 예비후보 등록이 15일 전국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국회가 선거구 획정의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면서 분구ㆍ합구가 예상되는 지역구를 노리는 출마 예정자들은 황당한 상황에 봉착했다. 특히 아쉬울 것 없는 현역 의원들은 선거구 획정을 기다리며 느긋한 반면 정치권을 처음 노크하는 신인들은 발만 동동 굴렸다. 하루라도 빨리 자신을 알려야 하는 예비 정치인들은 지역구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무조건 후보 등록을 하고 보는 ‘행동파’와 선거구를 선택하지 못해 후보 등록을 미루는 ‘눈치파’로 갈려 갈팡질팡했다.
전국 246개 지역구에 위치한 선관위에는 이날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신인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이어졌다. 그러나 국회가 선거구 획정 기준이나 지역구ㆍ비례대표 의석 수 등 기본적인 내용도 결정하지 못해 추후 약 60여 곳이 넘는 선거구가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거구 조정이 이뤄지면 예비후보 등록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선거사무소의 이전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예고한 대로 이달 31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후보 등록 취소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정치신인들은 선거구가 확실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한시가 급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후보 등록을 마쳤다.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명함 배포를 비롯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나중에 지역구가 쪼개지거나 합쳐지는 사실을 알면서도 등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 성동갑 지역에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로 등록한 장백건 전 서울시설공단 감사는 “성동갑이 중구와 합쳐질지 아니면 성동을과 나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일단 주민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첫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며 “정치신인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내년 3월 23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이 가능한 만큼 국회의 선거구협상을 지켜보겠다는 정치신인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지자체장을 역임하는 등 이미 지역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거물’신인들의 경우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분구가 유력시되는 대전 유성에 출마를 준비 중인 김신호 전 교육부 차관은 선거구 획정 이후로 예비후보 등록을 미뤘다. 대전교육감을 세 차례 역임하며 지역에서 이름을 알린 그는 “내년 초에야 가능할 것 같다”며 “특정 지역을 선택하고 활동하다 만에 하나 변경할 처지가 오면 쌓아온 신뢰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하려 한다”고 전했다. 부산 해운대 출마를 준비 중인 안대희 전 대법관도 예비후보 등록을 잠정연기하는 등 원외 거물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특히 야권재편 과정에서 혼란이 예정되는 새정치연합의 경우 새누리당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저조한 예비후보 등록률을 보였다. 당의 기반인 호남 지역구 조정이 불가피한데다가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신당 등의 변수로 예비후보자들도 눈치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광주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새정치연합 소속의 한 정치신인은 “지역에 가면 당과 지역구가 내년에도 존재할 지부터 먼저 물어온다”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불안하기 그지없다”고 털어놨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당명개정을 앞두고 있어 현수막이나 명함 제작에도 골머리를 앓는 등 예비후보자들은 이중고를 토로하고 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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