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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가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 압박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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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로 정 의장을 찾아가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한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현 수석은 특히 정 의장이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선거법개정안 직권상정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쟁점법안을 선거법개정안에 앞서 직권상정 하거나 최소한 동시에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선거법개정안만 먼저 처리할 경우 야당의 외면으로 쟁점 법안 처리가 무산될 것을 우려해서다.
청와대의 절박한 인식을 모르지는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동개혁법안 등의 처리 지연이 대량실업 사태 등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 수석이 이날 정 의장에게 이례적으로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요청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국회법상 쟁점법안은 국회의장 마음대로 직권상정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국회법 85조는 ‘천재지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와 합의하는 경우’만 직권상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압박한다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 의장이 전날 새누리당의 직권상정 요구를 일축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치가 이런데도 여당에 이어 청와대가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거듭 요청한 것은 도를 넘은 압박이다. 3권 분립 원리에 어긋난다는 논란을 부를 소지 또한 크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국가비상사태나 다름 없다고 보고 직권상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지만 쉬이 동의하기 어렵다. 14일 새누리당 의총장에서는 친박계 의원 중심으로 국회의장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해임결의안을 낼 수 있다는 등의 강경론이 쏟아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긴급 재정ㆍ경제명령’검토설까지 나돈다고 한다. 제1 야당의 내분에 따른 국회기능 부전을 빌미 삼아 초법적 발상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국회의 기능 마비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야당은 청와대와 여당이 무리한 법안처리를 강행할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조속히 흐트러진 지도체제를 정비해 여당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 당장 내년 4월 실시되는 20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15일까지도 표류 중인 선거구 획정안 확정이 급하다. 정 의장은‘입법 비상 사태’로 보고 선거법개정안을 직권 상정하겠다고 하지만 여야가 모두 반대하면 본회의 통과가 어렵다. 31일까지 확정하지 못해 전체 선거구가 무효화하는 헌정 비상사태만은 일어나지 않도록 여야가 결단을 내리길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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