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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철수에 대한 어떤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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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함으로써 총선 정국의 불가측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선거 직전 야권 통합의 모멘텀을 마련한다면 또 한번 한국 정치의 다이내믹스를 증명해내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추동력도 리더십도 정치기술도 실종된 상태다. 새정치연합의 탈당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가 야권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안 전 대표가 올해 초에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과 향후 어떤 관계를 설정해 나가느냐도 중대 변수다.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가 공천과 당 운영에서 혁신드라이브를 강하게 추동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2007년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탈당파 80명,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일부 탈당 세력과 시민사회를 주축으로 한 대통합민주신당이 출범한다. 이후 당세가 크게 위축된 열린우리당과 합당해 제1당이 되었으나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다음 해인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대통합신당은 민주당과 합당해 통합민주당을 창당했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선거에 진 통합민주당은 불과 5개월 후에 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리고 4년 전 바로 이 즈음에 민주당, 친노 세력,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한국노총 등이 중심이 되어 민주통합당이 출범했다. 당시 야권은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도 성공했다. 여당과 야당의 일 대 일 구도로 치러진 선거였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과 야권 통합에도 불구하고 18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19대 총선은 여당 과반 의석으로 귀결되었다. 8개월 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졌다. 8년 동안 비상대책위와 혁신위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제1야당의 평균 수명은 불과 1년 남짓이다. 정당 체제의 붕괴다.
그래도 4년 전 야당은 각 정파의 원심력과 통합의 길항 속에서도 통합을 추동하는 손학규 전 대표의 리더십이라도 있었다. 한국정당사에 야권의 진로가 이렇게 불투명한 적이 없었다. 유권자들의 거대여당에 대한 견제심리만 기대하기에 야당은 너무 무능하다. 새정치연합은 당명을 바꾸기로 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과 함께 당명에서 ‘새정치’는 사라질 전망이다. 유권자들은 새로운 당명에서 참신함과 혁신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까.
현실정치는 정당간의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선거정치에서 출발한다. 민주주의 이론에 많은 영향을 끼친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민주주의를 만든 것은 정당이며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했다. 한국정치에서 선거를 전후한 정당의 이합집산은 정당 체제의 불안정성을 잘 보여준다. 기존 정당의 해체나 창당은 정당 체제의 제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데에서 비롯한다.
정당들이 시민사회의 분출하는 요구와 갈등을 표출하고 대표하며 이를 조정해 나갈 때 정당 체제의 제도화가 가능해진다. 갈등의 표출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정당 체제 내에 수렴되어 해소되지 못할 때 갈등은 사회적 충돌로 비화한다. 사회적 갈등이 정치과정을 통해 분출되지 못하고 이익이 제대로 대표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원심력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갈등이 폭넓게 대표되지 못할 때 갈등은 첨예화한다.
안 전 대표의 새 정치는 시민사회의 이해를 반영하지 못하고 갈등을 관리하지 못하는 현재의 독점적 카르텔 정당 체제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 집단의 지지에 기반했다. 안 전 대표 탈당 기자회견문의 제목은 ‘다시, 두려움을 안고 광야에 서서’였다. 권력을 탐하는 많은 정치인들 중의 한 명이 된다면 안철수는 결코 자신이 말하는 정권 교체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현재의 정치구도로서는 대선후보가 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혁신 전대를 명분으로 탈당을 감행했다면 더욱 그렇다. 탈당 여부와 규모를 예단할 수 없으나 창당 이후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대와 합당 등 기존의 정치문법으로는 안 전 대표가 원하는 목표를 쟁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철저히 현재의 정치적 구도와 프레임을 깨는 새로운 정치로의 복귀를 결단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 때 그의 ‘두려움’은 담대한 용기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기대일 수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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