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사설] 野 내분이 입법비상사태까지 초래하면 안 돼

입력
2015.12.14 20:00

안철수 의원의 탈당 여파로 야당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려대로 국회가 사실상의 기능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여야는 15일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등 합의가 이뤄진 일부 쟁점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본회의 개의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야당 지도부가 제대로 국회운영에 신경을 쓸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날에 이어 14일에도 주류ㆍ비주류 사이의 책임공방을 거듭했다. 양측은 문재인 대표에 대한 퇴진론과 옹호론으로도 맞섰다. 이와 함께 후속 탈당 규모를 늘리려는 비주류 탈당파와, 거꾸로 그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주류의 물밑 줄다리기도 숨가쁘게 이어졌다. 16일 탈당을 예고한 문병호ㆍ황주홍 의원은 이날도 최종적으로 20~30명의 의원이 탈당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주류 측은 일부의 탈당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다수 비주류 의원들은 저마다의 정치적 이해를 따지면서 당 분열 가속화 여부를 지켜볼 태세다.

문제는 어느 쪽이 이길 것이냐가 아니다. 대세는 머잖아 드러날 것이고, 어차피 그 수준에서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제휴나 연대, 대결이 뒤따를 것이다. 이보다는 대세가 드러날 때까지 거듭될 야당의 혼란이 의정을 실종시킬 가능성이 큰 걱정거리다. 벌써부터 12월 임시국회가 표류, 시급히 심의ㆍ처리해야 할 법안이 국회에서 잠잘 것이란 우려가 무성하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여야가 끝내 선거구 획정에 합의하지 못하는 사태다. 15일은 국회 정개특위 활동시한이자 내년 4ㆍ13 총선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이다. 이날 본회의를 열어 정개특위 활동을 연장하지 못하면 공식적 논의기구마저 사라진다.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아 등록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예비후보가 적지 않을 것임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더욱이 이런 상태가 연말까지 이어져 헌재가 명령한 선거법 개정시한인 31일까지도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면 근거 법률이 없어 선거구가 사라지게 된다. 예비후보 등록 등의 과정 일체가 무효화하면서 아예 선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현재의 입법불능 상태를 ‘국가비상사태’로 보고 쟁점법안을 직권 상정해 달라는 여당의 압박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며 국회선진화법을 들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선거구가 사라져 선거를 치를 수 없는 ‘입법 비상사태’가 임박하면, 새로운 선거구 획정표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은 가능하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여야가 조속히 합의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끝내 여야 합의가 불발한다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선거가 불가능한 ‘헌정 비상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