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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시리즈를 빛낸 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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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 속 별사탕의 위력을 보여주는 게 tvN‘응답하라 1988’이다. 걸스데이 멤버 혜리 등 친숙한 얼굴의 주연 뿐 만이 아니라 좀처럼 TV에서 보지 못했던 낯선 배우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드라마를 빛내고 있어서다.‘응답하라 1988’을 연출하는 신원호 PD는 “혜리가 예능(MBC ‘진짜사나이’)으로 갑자기 떠 버려 (캐스팅에)고민이 많았다”고 할 정도로 새로운 얼굴 찾기에 힘을 써 왔다. 안판석 PD가 대학로에서 활약했던 배우들을 ‘밀회’와 ‘풍문으로 들었소’등의 드라마에 출연시켜 새로움을 주려 했던 것과 비슷한 이치다. 2012년‘응답하라 1997’과 2013년 ‘응답하라 1994’ 등 ‘응답하라 시리즈’가 발견한‘숨은 보석’들을 정리했다.
▦‘대학로서 건져 올린 대어’김선영(‘응답하라 1988’)
‘택이 아버지 머리 풀어주는 선우 어머니 웃음소리가 듣기 정말 좋아요’(tngh****). 11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을 본 시청자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이다. 극중 선우(고경표 분)어머니를 맡은 김선영(39)의 자연스러우면서도 구수한 연기에 대한 호응이다. 이일화·라미란과‘쌍문동 아줌마 3인방’이라 불리는 그는 흥이 넘치는 골목 아줌마 막내로 나온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소화하는 게 특기다. 남편을 잃고 시댁의 핍박 속에 아들과 딸을 혼자 키우며 사는 엄마의 모습을 애잔하게 그려 때론 눈물도 뺀다. 26세에 ‘연극이 끝난 후에’로 무대에 서기 시작한 그는 10년 넘게 대학로에서 활동한 실력파 연기자다.‘안도라’‘전명출 평전’‘주머니 속 선인장’‘홍준씨는 파라오다’ 등에 출연했다. 스크린 속에서도‘숨은 조연’역을 톡톡히 해냈다. 2005년 영화 ‘잠복근무’에서 수학 선생님 역을 맡으며 스크린에도 데뷔해‘위험한 상견례’‘몬스터’‘국제시장’‘서부전선’ 등 여러 영화에 출연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노을로’ 최성원(‘응답하라 1988’)
기 센 두 명의 누나 때문에 하루도 어깨를 펴고 살 날이 없다. 두 누나 보다 키도 크고 외모도 ‘최강 노안’인데 때 묻지 않은 말과 행동이 귀엽기 그지 없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실제 혜리(21)와 류혜영(24)보다 나이가 많은 그지만, 두 사람의 남동생으로 나오는 최성원(30)얘기다. 뮤지컬에선 익숙한 배우다. 2010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데뷔한 그는 ‘여신님이 보고계셔’와 ‘올모스트 메인 ‘사춘기’ 등에서 활약했다. 무대 위에서도 청년을 주로 연기했다. 2011년 KBS‘드라마 스페셜-기쁜 우리 젊은 날’로 안방극장에 데뷔한 그는 영화 ‘슬로우 비디오’와 ‘탐정: 더 비기닝’에 나오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한 최성원은 신 PD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그는 신 PD가 CJ E&M으로 이적하기 전 KBS에서 연출했던‘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합창단원으로 2010년 출연했다. 이후 5년 만에 ‘응답하라 1988’ 오디션 현장에서 최성원을 다시 본 신 PD는 그를 알아보며 반가워했다.
▦ 강동원 급 존재감? ‘안재홍의 유혹’(‘응답하라 1988’)
‘정봉의 유혹’이란 말이 있다. 지난 5일 ‘응답하라 1988’에서 불량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정봉이 우연히 지나가는 덕선의 친구 미옥의 우산에 뛰어 든 뒤 환하게 웃는 모습이 방송에 나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용어다.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이 한 행동을 정봉과 비교하면서까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정봉 역을 맡은 안재홍(29)은 전화번호부 탐닉 등 엉뚱한 모습으로 드라마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과장되지 않은 진지한‘오타쿠’연기가 더 폭소를 자아낸다. 그는 2014년 영화 ‘족구왕’에 출연해 독립영화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배우다. 신인 답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에 영화계에선 송강호의 뒤를 이을 배우란 기대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떡잎’을 ‘응답하라 1988’을 연출하는 신원호 PD도 알아봤다.‘족구왕’을 본 신 PD는 안재홍에 깊은 인상을 받아 안재홍 측에 오디션 제의를 요청해 그를 직접 캐스팅했다. 극중 대입학력고사 6수생으로 나오는 그는 부모에겐 천덕꾸러기지만, 현실에선 드라마의 인기로 자동차 CF까지 찍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사투리 심해 뽑았다고” 도희의 반전(‘응답하라 1994’)
“감독님이 ‘너처럼 사투리 심한 애가 없어서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룹 타이니지 출신 도희(21)가 한 방송에서 털어놓은 ‘응답하라 1994’ 캐스팅 뒷얘기다. 도희는 귀엽고 깜찍한 무대 위 모습과는 달리 드라마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소화해 반전을 줬다. 극중 삼천포로 나온 김성균과 옥신각신 다투며 때론 찰진(?) 욕도 퍼붓는 모습은 화끈했다. 극중 서태지와 아이들 극성 팬으로 보여준 엉뚱한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응답하라 1994’ 이후 도희는 KBS2 ‘내일도 칸타빌레’와 MBC ‘엄마’ 등 드라마와 영화 ‘터널’ ‘은밀한 유혹’ ‘아빠는 딸’에 출연하며 배우로 잰 걸음을 하고 있다.
▦힙합바지 입고 오디션 본 이시언(‘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88’에 주인공의 엉뚱한 친구로 동률(이동휘 분)이 있다면,‘응답하라 1997’엔 방성재(이시언 분)가 있었다. 5대 5 가르마를 하고 다마고치(전자 애완동물 사육기)를 새끼처럼 키우던 방성재는‘응답하라 1997’의‘특급 감초’였다. 속사포처럼 내뱉는 말이 특히 웃음을 뺐다. 2009년 드라마‘친구’로 처음 TV에 나온 그가 ‘응답하라 1997’로 빛을 본 건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오디션을 보러 갈 때 힙합바지를 입고, 199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M사의 스타텍 휴대폰을 들고 갔다. 1997년 속 옛 인물처럼 보이기 위해 한 그의 노력에 반해 신 PD는 그를 캐스팅했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나온 그는 ‘응답하라 1997’ 출연 후 ‘상어’ ‘귀부인’ ‘호구의 사랑’ ‘순정에 반하다’ 등의 드라마에 잇따라 캐스팅되며 활발하게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깡철이’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 영화에도 출연하며 보폭을 넓혔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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