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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국&한국인]술자리 잦은 연말연시, 소주값 인상에 시끌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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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주 값이 2012년 이후 3년 만에 올랐다. 국내 소주 시장 1위인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소주 가격을 올리면서 다른 소주들의 가격도 오를 조짐이다. 그 바람에 연말연시를 맞아 각종 모임 등 술자리 특수를 기대하는 요식업소들은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술값을 올리자니 손님이 줄어들 것 같고, 가만 있자니 원가 부담이 크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30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 출고 가격을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5.62% 올렸다. 참이슬은 국내 소주 시장에서 48%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처음처럼’(18%)을 만드는 롯데주류와 3위 ‘좋은데이’(12%)를 생산하는 무학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담합으로 오해 받을 수 있어서 바로 따라 올리지 못한다”며 “구체적 인상 폭과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선발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후발업체들도 소주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소주 가격을 올린 이유는 부대 비용 인상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종이 포장지, 인건비, 젼기료, 빈 병 회수가격 등 생산에 필요한 부대 비용이 12.7% 올라서 소주 값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소위 원가가 올랐다는 뜻이다. 하지만 술의 주재료인 주정은 3년째 가격이 오르지 않았고 유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원가 부담에 따른 소주값 인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주류는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 세금이 원가의 52%를 차지한다. 그렇다 보니 술 값 인상은 간접적으로 세금을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소주값 인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직장인 김의광(43)씨는 “소주값 인상은 사실상 세금 인상 아니냐”며 “소주의 주소비층인 서민들이나 영세 식당들만 골탕먹게 됐다”고 푸념했다.
이 같은 인식 때문에 정작 원가가 오른 식당이나 술집 등 요식업체들은 눈치를 보느라 병당 3,000~4,000원에 판매하는 소주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이어서 장사가 되지 않는 판에 소주값 인상을 이유로 술값을 올렸다가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서울 명동에서 해물탕집을 운영하는 이영미(54) 씨는 “안그래도 장사가 안돼 죽겠는데 소주 가격까지 올리면 손님들이 줄어들 것”이라며 “그냥 손해 보고 파는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백화점에 입점한 대형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한우리 잠실점의 박성동(53) 지점장은 “매장 운영비를 고려하면 당연히 소주 가격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해야 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며 “도매상들이 보낸 소주값 인상 공지문을 서랍 속에 집어 넣고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상인회는 당분간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신동걸(48)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상가 번영회 총무는 “최근 소주 가격 인상 과 관련해 60여명의회원들이 찬반양론 토론을 벌인 끝에 당분간 소주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며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좀 더 길게 보고 가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하지만 롯데주류나 무학까지 소주 출고 가격을 올릴 경우 요식업계들도 더 이상 가격인상을 하지 않고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요식업계 35만 회원으로 구성된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매년 식자재 가격이 올라가고 소득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올라간 소주 가격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소상공인들이 많은 요식업계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며 “술값 인상은 국세청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영세한 요식업체들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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