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25만명 들었는데 달랑 45만원… “최저시급도 못 받는 노동자”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영애 등 20여팀 음원 유통 맡겨
“기존 서비스보다 수수료 절반으로”
멜론 노출효과ㆍ앨범 선급금에 발목
주류 음악인들 참여는 낮아 아쉬워
Mnet ‘슈퍼스타K7’에 출연했던 밴드 중식이는 8월 한 달 동안 ‘아기를 낳고 싶다니’ ‘야동을 보다가’‘선데이서울’ 세 곡을 히트시켜 45만 5,200원을 벌었다. 멜론·벅스뮤직 등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무려 25만 2,369명이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를 해 벌어들인 음원 수익이다. 한 곡 다운로드비는 600원이나, 중식이에게 돌아온 금액은 한 명당 평균 1.8원이다. 음원사이트들이 값싼 월정액제 정책을 시행해 스트리밍의 경우 많이 받을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구조인데다, 유통 수수료가 매출의 약 50%(음원사이트 40%, 유통사 8.8%)나 차지하는 탓이다. 25만명의 호응을 받은 대가 치고는 터무니 없이 적은 돈이 중식이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이처럼 왜곡된 음원 유통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7월 출범한 바른음원협동조합(바음협)이 유통사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춰 음원 유통을 시작했다. 창작자와 음원사이트 사이에서 음원 중개 업무를 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 등 음원 유통사들이 8.8%의 중간 수수료를 받는데, 바음협이 이 일에 나서 수수료를 4.4%로 낮춘 것이다. 조금이라도 창작자들에 수익을 더 돌려주기 위해서다. 바음협에 음원 유통을 맡기면 다운로드를 기준으로 곡당 26.4원이 창작자들에게 더 돌아간다.
바음협의 다음 목표는 2016년 상반기 직접 음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오픈하는 것이다. 중간 수수료에서 가장 큰 몫(40%)을 차지하는 멜론이나 벅스 등 음원서비스업체들의 수수료를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는 게 바음협의 계획이다. 신대철 바음협 이사장은 “현재 50%에 달하는 음원서비스 및 유통 수수료를 20%대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음협의 출범은 과연 국내 음원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까. 일단 인디 음악인들은 바음협의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 가수 한영애를 비롯해 중식이 등 20여 팀이 지난 10월부터 바음협에 음원 유통을 맡겼다.
하지만 주류 음악인들은 더 많은 돈을 돌려주겠다는 데도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멜론 등 기존 음원사이트를 이용할 때 얻을 수 있는 노출효과를 고려해서다. 현재로선 바음협이 유통사 역할만 할 뿐이어서 여기에 음원 유통을 맡겨도 여전히 멜론 등을 통해 노래를 듣게 되지만, 문제는 유통사인 로엔이 단순히 음원 중개만 하는 업체가 아니라 음원 시장 점유율 60%의 멜론 운영부터 뮤지션 매니지먼트까지 도맡아 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라는 점이다. 로엔에 음원 유통을 맡기지 않으면 멜론에서 추천곡이나 최신앨범 노출 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주류 음악시장 관계자들 얘기다. 중형 기획사에서 음원 유통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멜론에서 하루에 네 곡 정도를 추천곡으로 돌리는 데 평균 이 중 두 곡이 로엔에서 유통한 음원”이라며 “추천곡은 음원 순위 상단에 노출돼 홍보효과가 매우 큰데 이 기회를 포기하고 바음협에 음원 유통을 맡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선급금 문제도 창작자들이 바음협으로 눈을 돌리기 어려운 미끼 중 하나다. 아이돌을 제작하는 기획사 대표는 “앨범을 제작할 때 로엔 같은 대형 유통사에서 투자비 명목으로 선급금을 받는다”며 “이렇게 선급금이 걸려있으면 타 음원 사이트에서 유통하겠다는 계약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작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장구조를 바꾸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곡 홍보는 대형 음원사이트가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창작자들이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어떤 모험도 하지 않는다면 음원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바음협을 통해 신곡 ‘심해어’를 유통한 중식이도 한국일보에 “대형 온라인 유통사에 의지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우리는 최저시급도 못 받는 음원서비스ㆍ유통업체의 노동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