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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진 쪽지예산… 53건 763억 찔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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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테이블 오르지도 않고 불쑥
여야 근절 약속은 결국 빈말로
한동안 국회에서 자취를 감췄던 쪽지예산이 다시 부활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의 테이블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사업 예산이 1,000억원 가까이 증액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증액분은 모두 여야 간사 등을 통해 비밀리에 밀어 넣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 상임위와 예결위가 무력화하자 여야 실세를 포함한 국회의원들은 50여건의 쪽지예산을 건넸으며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도 숙원사업을 밀어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한국일보가 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 심의자료와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2016년도 예산안을 비교 분석한 결과, 쪽지예산은 53건으로 총763억4,300만원에 달했다. 예산과 기금에서 각각 544억4,800만원(34건), 225억9,500만원(19건)으로 파악됐다.
쪽지예산 대부분은 여야 실세 의원 지역구 사업 예산이었다.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은 한국해양보증보험(해운보증기구) 정부 출자액으로 정부 원안에 있던 200억원에 200억원이 추가됐다. 부산지역 사업으로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이 예산 확보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소속 김재경 예결특위 위원장의 지역구인 진주 경상대 국제문화관 건립 사업은 당초 13억1,000만원으로 책정된 예산이 63억1,000만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도로건설 등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상당수 포함됐다. 광주-강진간 고속도로 사업비의 경우 100억원에서 172억원으로 증액됐다. 기금 사업 중에는 유독 파출소 신축이 많았는데, 정부안에 없던 경기 안산 와동파출소(21억4,800만원) 평택 서탄ㆍ진위파출소(7억6,700만원) 신축 예산이 새로 들어갔다.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원안에 없던 사업 예산은 대부분 ‘쪽지’를 통해 성사됐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심의 법정시한이 지나자 마자 의원들이 쪽지예산을 밀어 넣으려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통에 기재부 예산실 공무원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쪽지 예산을 근절하자는 여야의 신사협정도 무산되고 말았다. 앞서 여야는 2012년 19대 국회를 개원하면서 “상임위ㆍ예결특위 심의과정에서 증액 의견이 없었던 예산을 막판 예결특위 예산안조정 소소위 심의 과정에서 증액하지 못한다”고 선언하고 이른바 ‘짬짜미’ ‘깜깜이’ 예산심의 대명사와 같았던 쪽지예산을 근절시키자는 신사협정을 맺었다.
여야가 너나 할 것 없이 쪽지예산을 밀어 넣는 와중에 정부 부처도 한몫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의 경우 보조망구축추진단 사업 명목으로 7억4,400만원을 신규 배정했다. 예결위 핵심 관계자는 “해당 예산은 기재부의 조직ㆍ인력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올해는 예결위 여야 간사 얘기도 제대로 안 먹힐 정도로 유독 기재부 파워가 셌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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