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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화성 재인, 금성 철수

입력
2015.12.04 20:00

3년 전 바로 오늘이다. 대선을 앞두고 단일화에 실패해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지 2주가 넘었는데도 지지 표명이 없자 다급해진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 자택을 찾아갔다. 당시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용산 자택으로 가고 있다고 연락했다. 다른 곳에 있던 안 후보 측은 “집에 없다”고 했지만 문 후보는 가서 기다렸다. 결국 불발된 만남은 둘의 소원한 관계를 상징하는 일로 비쳤다. 안 후보는 “집에 없다는데도 찾아와 옹졸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섭섭함이, 문 후보는 기다렸는데도 결국 안 만나준 데 대한 서운함이 앙금으로 남았다.

▦ 문재인과 안철수의 첫 대면은 2012년 11월 백범기념관에서였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약속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눠보니 참 좋은 사람”이라고 서로를 평가했다. 상대를 좋게 말한 건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후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석연찮은 뒷말을 남겼고 말이 다른 경우가 잦았다. 지난 5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을 맡을지를 놓고 만났는데 회동 후 딴소리를 했다. 문은 “유보”라고 했고, 안은 “거절”이라고 했다. 당내 대선주자 협의체, 이른바 ‘희망스크럼’ 문제로 만난 후에도 안철수의 참여 여부를 놓고 서로 말이 엇갈렸다.

▦ 두 사람을 잘아는 정치인들은 면전에서 자기 표현을 하지 않고 고집이 강한 점에서 성격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나 법대 출신으로 민주화운동을 거쳐 변호사를 한 사람과 의대생에서 IT기업가로 변신한 사람간에는 경험과 사고체계에서 차이가 크다고 분석한다. 박영선 의원은 “꼭 필요한 말만 에둘러 표현하는 안철수와, 상대가 반론을 제기하지 않으면 동조하는 것으로 여기는 문재인의 화법 차이에서 종종 난관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 문안박 연대와 혁신 전당대회 공방을 지켜보는 새정치민주연합 주변에서는 냉소가 쏟아진다. 두 초선 의원의 협상력 부재를 들어 ‘양초(兩初)의 난’이라고도 하고 ‘초딩 리더십’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화성 남자, 금성 여자’같은 ‘밀당’에 질렸다는 이들도 있다. 정치적으로 철저한 경쟁관계였던 YS와 DJ도 때로는 상호 조력자였고 협력자였다. 문재인, 안철수는 공멸을 눈앞에 두고도 타협을 모른다. 두 사람만 망가지면 모르겠으나 주권자와 지지층의 분노와 절망은 어찌하려는지 답답하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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