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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없다" 번번이 고배 울릉ㆍ흑산공항 물음표 여전

입력
2015.12.04 04:40

3일 국토교통부가 건설을 공식화한 울릉ㆍ흑산공항은 지역에서 사업 요청은 꾸준히 제기돼왔으나 예산 낭비가 크다는 이유로 국가 사업에 번번이 반영되지 않아 온 사업이다. 정부가 3일 두 공항을 전격 추진키로 하면서 내세운 부분도 공항 건설에 따른 수익보다는 섬을 통행하는 불편 감소와 관광수요 증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다. 실제 울릉도나 흑산도를 서울에서 가려면 고속철도나 버스를 탄 뒤 여객선 등으로 갈아타야 해 5~9시간 정도 소요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울릉도는 기상악화 등의 이유로 연평균 100일 이상 여객선이 결항돼 왔다”며 “공항이 들어서면 서울에서 1시간이면 섬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릉공항, 흑산공항 위치도
울릉공항, 흑산공항 위치도

문제는 경제성이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지방공항이 또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울릉공항은 2013년 7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 분석(B/C)이 1.19로 나왔다. 일반적으로 B/C가 1 이상이면 투자비용보다 수익이 높아 경제성이 있다는 뜻인데, 화산섬이라 마땅한 활주로가 없는 울릉도는 매번 1을 밑돌다 이를 넘어선 것이다. 2010년 예타에서도 0.77에 불과해 기재부는 반대 의견을 냈다.

경제성이 몇 년 만에 높아진 것은 기존 계획을 대폭 축소한 데 있다. 활주로 길이를 1,200m에서 100m 줄였고, 예산도 기존보다 1,600억원 낮춘 4,932억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이날 국토부가 발표한 울릉공항 기본계획에는 사업비가 2년 전 예비 타당성 검사를 통과할 당시보다 873억원이 늘어난 5,805억원으로 책정돼 있고, 활주로 길이(1,200m)도 다시 100m 늘어났다. 현재처럼 늘어난 예산으로 예타를 다시 받으면 B/C가 1을 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활주로 조성을 위해선 바다를 매립해야 하는데 당초 추정했던 부지의 수심은 20m였으나 실측해 보니 45m정도로 차이가 나 사업비가 증액됐으며 활주로 길이도 광주~울릉 노선이 추가되면서 늘어났다”며 “물가상승분을 감안해 사업비가 예타 때보다 20% 이상 늘지 않으면 재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군 훈련 공역이 포함된 비행 항로로 문제다. 울릉도로 가기 위해 직선이 아닌 군 공역을 비켜 우회할 경우 운영경비 증가로 이어져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13년 예타에서도 “직선항로가 개설되지 않으면 B/C는 0.62로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방부와 구체적인 노선은 실시설계 단계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흑산공항도 경제적 효율성에 의문이 들긴 마찬가지다. 흑산도 주민은 현재 4,000여명에 불과해 관광수요를 넓히려면 공항보다는 당장 이용 편리한 대규모 유람선 확충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적지않다. 실제 국토부가 공항 필요성 이유로 밝힌 연간 선박 결항률은 흑산도는 13% 내외인데, 공항 개항 이후 안개, 바람 등으로 인한 비행기 결항률은 최대 21.6%로 점쳐진다. 송병흠 한국항공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공항의 경제성 보다는 교통오지에 접근성을 높이고 국가 안보상 목적으로 기반시설을 구축키로 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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