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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 SOC 건설계획 마구 쏟아낸다

입력
2015.12.04 04:40

한달새 5건 발표 총 사업비만 14조

종합 계획·경제성 검토 미진 우려

추가 대형사업도 줄줄이 대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등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밝은 표정으로 의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등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밝은 표정으로 의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가 멀다 하고 정부에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계획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한달 새 정부가 발표한 굵직한 SOC 사업만 무려 5건. 모두 공항과 도로, 철도 등으로 사업비가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조 단위를 넘어가는 사업들이다. 이들 SOC 계획을 모두 합하면 투입되는 사업비가 14조원을 넘는다. “특정 정치 일정과는 관계가 없고 우연히 일정이 몰린 것”이라는 정부의 적극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 총선용,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 후반기 경기 부양을 위한 카드란 해석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수십 년 지역 숙원 사업이었던 울릉공항과 흑산공항 건설을 추진한다고 3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두 공항 실시설계를 내년 말 완료하고 2017년 초 공사를 시작해 울릉공항은 2021년, 흑산공항은 2020년 개항에 들어갈 계획이다. 양 공항은 길이 1,200m, 폭 30m의 활주로에 50인승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쌍둥이 소형공항이다. 사업비는 울릉공항이 5,805억원, 흑산공항이 1,835억원이다. 새 공항이 들어서면 항공기를 이용해 서울에서 1시간 안에 갈 수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0일 4조원이 넘게 투입되는 제주2공항을 시작으로 ▦서울~세종고속도로 ▦중부ㆍ영동고속도로 안전시설 교체 ▦월곶~판교, 여주~원주 동서철도간선망 사업 등을 줄줄이 내놓았다. 대부분 그 동안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수년간 묵혀왔던 사업들이다.

추가적인 대형 SOC 사업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정부는 2년 가까이 연구와 의견 수렴 작업을 진행해온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을 이르면 내년 초 내놓을 예정이고, 내년 6월에는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SOC 사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는 시간에 쫓기듯 추진될 경우 충분한 경제성 검토 등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번에 울릉공항과 흑산공항을 동시에 발표한 것도 영남과 호남을 골고루 배려한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칫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공항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종합적인 계획 없이 우후죽순 격으로 사업계획이 쏟아질 경우 중복된 사업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역대 정권도 전략적으로 총선이 다가오면 표심에 영향을 주는 SOC사업을 발표해왔다”며 “건설 인프라를 이용한 SOC사업은 단기적 수치상으로는 경기부양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재원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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