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총선’ 의식한 국회, 정부가 줄인 SOC 예산 부활시켰다

입력
2015.12.03 00:03
구독

TK 5,600억, 호남 1,200억원 증액

행정ㆍ국방예산 줄여서 복지ㆍ교통에 쏟아부어

달착륙 예산 100억ㆍ한국형 블프사업 30억 증액

2일 오후 국회에서 정의화(가운데) 국회의장이 원유철(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 및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정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와 본회의 예산안 처리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2일 오후 국회에서 정의화(가운데) 국회의장이 원유철(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 및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정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와 본회의 예산안 처리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3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은 정부안보다 총액이 3,000억원 줄었지만, 보육ㆍ복지와 더불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대폭 늘어났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예산 수요가 크게 늘어난데다. 여야간 이해관계가 들어맞으며 지역별로 SOC 예산이 최대 수천억원씩 되살아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별로 나눠먹기를 하는 구태가 되풀이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통 큰 선심

정부안 대비 부문별로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인 쪽은 민생 관련 예산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복지(4,732억원 증액) 분야다. 보육료가 총 1,823억원 증액됐는데, 보육교사 처우개선 수당이 올해보다 3만원 오른 20만원으로 책정됐다.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영유아(0~2세) 보육료도 3조 1,066억원으로 정부안보다 1,442억원 가량 증액됐다. 저소득층에 기저귀와 분유를 지원하는 예산을 100억원 증액하면서, 기저귀 지원액이 가구당 월 3만2,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오른다. 조제분유 지원액도 월 8만6,000원으로 두 배 늘게 된다. 아이돌봄 지원사업 예산의 경우 시간당 6,100원에서 6,500원으로 인상해 총 41억원 증액했다.

노인 지원사업 예산도 일부 증액됐다. 경로당 지원사업에 301억원이 지원되고 이와 별도로 행정자치부 특별교부금에서 같은 금액을 지원하도록 했다.

3일 00:45분 2016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3일 00:45분 2016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지역구 챙기기 되풀이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이 포함된 SOC 예산은 올해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줄줄이 증액됐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어느 해보다 여야 의원간 경쟁도 치열했다. 정부가 올해보다 SOC 예산을 6%(1조5,000억원)나 줄였으나, 국회는 정부안보다 4,000억원을 증액했다. 서해선 복선전철(500억원 증액), 이천~문경 철도(400억원), 인천지하철 2호선(300억원), 울산~포항 복선전철(300억원), 호남고속철도(250억원), 영천~언양고속고로(175억원), 당진~천안고속도로(173억원) 등이 대표적인 지역구 SOC 사업 증액 사례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에 따르면, 대구ㆍ경북의 SOC는 당초 국토교통부 요구보다 5,600억원 증액한 정부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졌고, 호남 지역의 경우 이 대가로 국회 심의에서 1,200억원 증액됐다. 서로 눈을 감아준 셈이다. 반면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토지 매입비 예산이 2,000억원 감액됐다.

국방 예산 등 기타

복지나 SOC 예산 증액분은 일반ㆍ지방행정(1조3,584억원 감액)이나 국방비(1,543억원 감액) 등으로 충당했다. 국방예산의 경우 K-11복합형소총(17억원), 소해함 2차사업(243억원), 사단정찰용 무인비행기(116억원), KF-16 전투기 개량(50억원) 등 일부 무기사업 예산이 대폭 감소했다. 군 관련 예산 증액은 병사들의 인건비와 복지 쪽에 집중됐다. 병사 인건비가 정부안보다 224억원 늘었고, 기본급식비 272억원, 군 세탁기ㆍ건조기 예산이 27억원 증액됐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누리과정(만 3~5세) 예산은 올해(5,064억원)보다 다소 감액된 3,000억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시ㆍ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여당과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야당의 줄다리기 끝에 내년에도 누리과정에 예비비로 우회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자원외교의 실패를 반영해 유전개발 사업 출자금은 200억원 깎였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매보조금도 100억원 줄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