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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성역 무너뜨렸지만 여전한 특혜 논란

입력
2015.12.0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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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소득’ 신설로 6~38% 세금 부과

근로자보다 혜택 커 형평성 논란 예상

세수증대 불과 연 100억원으로 미미

2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종교인 과세 법안을 처리함에 따라 마침내 45년 넘게 이어져온 종교인 과세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지만, 종교인에게 실질적 의미의 ‘국민개세주의’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8년부터 종교인 개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에도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세금이 부과된다는 게 법안의 골자. ‘세금의 성역’이 무너졌다는 데서 의의를 찾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종교계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해 만든 과세 방안이라 특혜 논란이 비등하다.

종교인 과세 법안의 핵심은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이라는 항목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종교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필요경비 인정비율이 차등 적용되는데 ▦4,000만원 이하 공제율 80% ▦4,000만~8,000만원 60% ▦8,000만~1억 5,000만원 40% ▦1억 5,000만원 초과 20%다. 세율은 소득세와 마찬가지로 소득 구간에 따라 6~38%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4,000만원인 교회 목사의 경우 80%(3,200만원)가 공제된 800만원이 과세 대상이 돼, 연간 48만원(6% 소득세율 적용)의 세금이 매겨진다. 연봉 4,000만원인 일반 직장인이 내는 평균 소득세 85만원(납세자연맹 추산)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더구나 학자금, 식비, 교통비 등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을 거의 내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정부가 필요경비 인정비율을 시행령에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종교계 반발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천징수(회사가 국가 대신 소득세를 떼서 납부하는 것)를 할 지 말 지를 종교단체가 알아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논란거리다. 원천징수를 하지 않으면 종교인이 스스로 신고 후 납부해야 한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할 수는 있지만, 종교인이 아닌 종교단체의 장부는 들여다볼 수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종교인 대상 세무조사 자체가 부담인데, 세무조사에 나가도 개인소득 자료 외에는 볼 수조차 없으니 제대로 된 조사가 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종교인이 자신의 소득을 근로소득과 종교인소득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납세자연맹은 “억대 소득의 종교인 중 부양가족이 많고 의료비나 기부금 등 각종 공제가 많은 경우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것이 세 부담이 적을 수도 있으니 또 다른 특혜 소지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세수 증대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체 종교인 23만여명 가운데 면세자 등을 제외한 4만~5만명 정도를 과세 대상자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한 세수 역시 연간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기획재정부 추산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종교인 과세가 시작됐다는 의미는 크지만 학자금 등을 비과세 소득으로 인정해 주는 등 근로자에 비해 종교인의 혜택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시기를 2년 뒤로 미뤄 놓았다는 점에서 시행 여부조차 여전히 불투명한 것 역시 잠복한 논란거리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여야 의원들이 2일 밤 국회본회의에서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오는 2018년부터 시행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의원들이 2일 밤 국회본회의에서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오는 2018년부터 시행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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