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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3,000억 확정… 나눠먹기식 협상에 누더기

입력
2015.12.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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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예산안과 쟁점 법안에 대해 일괄 타결에 합의한 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예산안과 쟁점 법안에 대해 일괄 타결에 합의한 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확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예산안과 법안 연계전략을 들고나오면서 제대로 된 예산심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나눠먹기식 협상이 반복됐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지원 필요성을 내심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외면한 채 미봉책만 내놓으며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서로 책임 돌리며 면피에만 급급

여야는 2일 누리과정 지원예산을 3,000억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올해 누리과정 우회지원 몫의 예산은 지난해 5,064억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하지만 확정 과정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거듭됐다. 여야는 이날 누리과정 예산 합의 실패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공방을 반복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누리과정으로는 한 푼도 받은 게 없다”며 “대한민국의 3~5세 무상교육을 포기해 부모들을 배신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ㆍ중진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상대에게 뒤집어씌우는 발언”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은) 이미 다 확보돼 있다”고 반박했다.

본회의 통과에 앞서 누리과정 예산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예비심사조차 통과하지 했다. 예비심사 불발은 4대강 사업 예산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새누리당이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법을, 새정치연합이 전ㆍ월세상한제 등 경제민주화법을 각각 예산안과 연계처리하키로 하면서 사실상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한 측면이 있다. 교문위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관광진흥법 처리를 조건으로 내 걸면서 무소속 박주선 교문위원장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운영비 예산 300억원 증액을 요구하는 등 여야의 조건이 난무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야당의 무리한 요구에 여당은 선심쓰듯

야당은 당초 무상보육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임을 내세워 누리과정 소요예산 중 어린이집 관련 예산 2조1,205억원 전액을 국고로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누리과정 예산 직접지원이 불가능해 야당의 요구는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면 된다고 일관하고 있지만, 누리과정 예산지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재정교부금이 1조9,000억원 가량 늘 수 있고 교육부의 학교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으로 책정된 1조원 가량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돌려쓰면 된다고 여야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정부가 (교부금 증가 규모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 듯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교문위 소속 한 의원은 “한마디로 학교 화장실 고치는 돈과 냉ㆍ난방비 지원에 쓸 돈을 아껴서 누리과정 예산으로 쓰라는 말”이라며 “죄 없는 학생들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기재부는 특히 지난 9월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300억원 가량을 누리과정 지원 몫으로 쓸 수 있도록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야당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 요구와 관련해 관행적으로 여야 재량 몫으로 할당되는 예산을 이용하라고 야당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정부ㆍ여당이 누리과정 예산은 없다고 해놓고, 0원에서 300억원, 600억원, 2,000억원+α로 늘려갔다”며 “기재부가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안 정부원안 본회의 자동상정이라는 창을 맘껏 휘두르며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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