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머지 기술이전도 어렵다면, KFX 어떻게 할 건가

입력
2015.11.25 20:00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또다시 삐걱거리고 있다. 4개 핵심 기술에 이어 나머지 21개 기술도 미국으로부터 이전 받는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최근 방한한 록히드마틴사 관계자들은 “21개 기술 항목 중 한국형 전투기에 탑재될 쌍발엔진을 기체에 통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경우 미 정부가 이전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언급을 했다. 정부는 록히드마틴을 통해 미국 정부를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방사청은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4개 핵심 기술 외에 21개 기술은 11월 안에 이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장명진 방사청장도 “곧 (기술이전 승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이마저 불투명해졌다. 이 정도면 ‘양치기 소년’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돼있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KFX사업 기술이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국민을 속이려 들었다. 지난해 9월 록히드마틴사와 계약을 마친 후 “KFX에 필요한 주요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4월 미 정부가 AESA(에이사)레이더 등 4개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하자 쉬쉬하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들통이 났다. 그러자 “처음부터 기술 이전이 어렵다는 걸 알았다”면서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달에는 박근혜 대통령 보고에서 낙관론을 펴 면죄부를 받았으나 당장의 곤경을 모면하려 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박 대통령이 당시 “KFX 사업에 대해 의문이 없도록 정확하게 설명하라”고 지시했지만 오히려 의심이 커져만 간다.

나머지 기술 이전마저 무산될 경우 한국형 전투기는 핵심 기술 개발은커녕 아예 초기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2025년까지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KFX를 우리 기술로 개발하려는 국방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더 이상 방사청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정부나 록히드마틴사를 상대로 치밀하고 효과적인 협상을 할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싶다. 미국 정부가 민감한 국방기술 이전에 대해 매우 까다롭게 심사한다는 것을 몰랐다면 애초부터 자격미달인 셈이다. 일각에서 미국이 우리를 항공산업 분야의 경쟁 상대로 여겨 견제한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 조차 사전에 충분히 대비해야 하는 게 군 당국의 책무다. 정부는 18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방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수 있을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 이전에 국민을 안심시킬 만한 대답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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