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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중태자에 사과하고, 한상균은 수사 받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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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민중총궐기 집회 이후 우리사회가 다시 극한 대립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정부는 시위 주동자와 배후ㆍ기획자들에 대한 대규모 사법처리 방침을 세웠다. 반면 대회 주최 측과 야당은 백남기(68)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것과 관련, 진상 규명 및 관련자ㆍ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보수ㆍ진보 단체 간 고소ㆍ고발전도 격화하고 있다. 이러다 내년 총선 일정까지 맞물려 이념ㆍ계층ㆍ세대 간 반목의 골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떻게든 대립과 갈등을 치유할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그제 서울대병원을 찾아 백씨의 상태를 살피고 가족들을 위로했다. 김 대주교는 “이 순간 다른 어떤 시시비비도 필요 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행한 유흥식 주교도 “모든 일에 있어 사람의 소중함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제의 언급에 강 대 강의 대립 구도로만 치닫는 현 상황을 풀 실마리가 담긴 듯하다.
정부가 불법 폭력시위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경찰이 살수차 운용지침을 어기고 근접거리에 있던 백씨에게 물대포 직사(直射)를 가해 중태에 빠뜨린 데 대해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만 강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비록 폭력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라지만, 결과적으로 한 국민의 생명이 위태롭게 된데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이 순리다. 또 살수차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운용상 문제점을 살피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타당하다. 그런 노력이 병행될 때 폭력시위 엄단을 위한 정부의 사후 조치에 대해 신뢰가 생길 것이다.
정부의 과잉 진압만 탓하는 시위 주최 측 태도도 문제다. 과연 이런 대형 집회 개최가 자신들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고 다수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는 실질적 효과가 있었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폭력시위에 대한 반성과 시위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은 보여주지 않은 채 폭력시위의 불가피성만 강조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평화 시위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꿈틀대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더불어 시위를 이끈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해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노동개혁 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위원장직 공백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법 집행에 당당히 응해야 노동계의 입장과 주장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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