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 가늠케 한 살수차 시연

17일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살수차 물대포 발사 시연을 하며 강렬한 물줄기를 내뿜고 있다. 연합뉴스

“위력은 3,000rpm, 10m 앞 바닥을 향해 살수!”

17일 오전 서울 신당동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 마련된 살수차 운전석 내부. 무전기로 지령을 받은 살수차 조작요원이 물대포의 세기를 조작하는 레버를 돌려 최대치인 3,000rpm(압력을 나타내는 수치)으로 끌어 올렸다. 차량이 이내 “우웅~”하는 굉음을 내자 10m 높이의 ‘붐대’ 끝에 설치된 사출기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14일 서울 도심에서 치러진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농민 백남기(68)씨를 강타해 뇌출혈을 일으키게 한 살수차와 비슷한 세기(2,800rpm)였다. 채찍처럼 쉴 새 없이 바닥을 때리는 물대포를 보면서 사람이 충분히 뇌진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은 물대포 과잉진압 논란이 제기되자 이날 살수차의 강도를 시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따라서 이날 최대의 관심사는 백씨가 머리에 정면으로 맞았던 직사살수였다. 1,000rpm 세기의 곡사살수는 위력적이지 않았지만, 2,000rpm의 직사살수는 성인 남성도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보였다. 이어진 3,000rpm의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기기상의 ‘맹점’도 발견됐다. 살수차는 집회 때 경찰 차벽 뒤에서 물대포를 쏜다. 살수차 조작요원이 사출기 옆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연결된 운전석 내부의 15인치 모니터를 보면서 물대포의 세기와 방향을 조절하는 식이다. 하지만 차량 내부의 모니터 화면으로는 진압 대상의 상태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새하얀 물줄기가 화면의 3분의 1가량을 가렸기 때문이다. 사람이 식별되지 않을 만큼 해상도(41만화소)도 떨어졌다. ‘직사살수는 가슴 아래를 겨냥한다’는 살수차 운용지침을 적용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셈이다. 실제 경찰은 백씨가 쓰러진 이후에도 15초 정도 물대포를 계속 발사한 데 대해 “조작요원이 백씨가 넘어진 상황을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날 시연은 물대포를 땅바닥과 허공을 향해서만 분사한 탓에 사람에게 미치는 강도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취재진이 마네킹을 세워 물대포를 발사할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일반시민에게 위협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거부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