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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에 쓰러진 농민운동가, 아직 의식 회복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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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 참가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농민 백남기(68)씨의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집회를 주최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15일 오전 백씨가 치료 받고 있는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무차별로 고압 물대포를 난사해 백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밝혔다. 백씨는 현재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출혈 증세로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으며, 코뼈가 함몰되고 안구도 다친 상태다.
사고 당시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경찰은 과잉진압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전남 보성에서 상경해 오후 2시부터 태평로에서 열린 농민대회에 참석한 백씨는 행진대열을 따라 종로1가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경찰이 친 차벽에 막혀 대치 중이었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오후 7시쯤 백씨는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2~3m 가량 밀려나다 뒤로 넘어졌다. 시민들이 그를 부축해 빼내는 20여초 동안 물대포는 계속 발사됐고 귀와 입, 코 등에서 피를 흘렸다. 백씨는 곧 구급차로 옮겨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4시간여 수술을 받았다.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경찰이 물대포로) 20초 이상 가격했다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 주의사항은 직사 살수를 할 때 안전을 감안, 발사각을 45도 이하로 유지하고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를 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백씨의 머리를 포함한 상반신을 향해 물대포를 쐈고, 그를 도우려는 시민들에게도 물대포를 발사해 구호 행위마저 방해한 셈이 됐다. 한 집회 참가자는 “물대포에 직접 맞은 부위가 멍이 들고 부어 오르는 모습이 시위대에서 자주 목격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집회 참가 농민이 다친 건 안타깝지만 애초에 폴리스라인을 훼손하고 불법 집회로 변질시킨 책임은 시위대에 있다”며 “물대포 사용을 과잉진압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경찰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구 청장은 다만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청문감사관을 팀장으로 해 사고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백씨는 1970,80년대 학생운동의 구심점으로 활동하다 귀향한 인텔리 농민운동가로 알려졌다. 중앙대 법학과 68학번인 백씨는 71년 위수령 위반, 75년 전국대학생연맹 사건으로 두 차례 제적됐다가 80년 복교했으나 다시 군에 체포돼 세 번째 제적됐다. 이후 보성으로 내려가 농업에 전념하면서 가톨릭농민회 전남연합회 회장 및 전국부회장, 우리밀살리기운동 생산자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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