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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과서 집필진도 감추면서 공정성을 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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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 공모가 마감됐지만 정부는 지원자 수를 밝히지 않았다. 교과서가 완성될 때까지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몇 명이 지원했는지 기본적인 공모 현황은 물론 최종 선정될 집필진에 대한 비공개 방침 고수는 ‘깜깜이 행정’의 선을 넘어선 것이다. 나아가 교과서 집필진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처사다.
정부의 비공개 방침 이유는 집필진에 대한 신변보호 차원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언론인터뷰에서 “집필진을 보호해 일단은 자유롭게 책을 쓰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국편 측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낙마한 건 이름이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이라고까지 했다. 최 교수 자진사퇴는 여기자 성추행 논란 때문이지 집필진 공개 탓이 아닌데도 엉뚱하게 화살을 돌렸다. 집필진 신변보호를 근거 삼는 것도 궁색하다. 명단이 공개된다고 당장 물리적 폭력의 위험성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경찰도 이미 엄정한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집필자가 명단 비공개를 요청했다면 학자적 소신과 전문성 부족을 자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국정화 방침을 밝힐 때부터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정교과서 집필을 맡은 김정배 국편위원장은 “수준 높은 집필진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집필에 들어가면 집필진 명단이 공개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 후 황 장관은 “대표 집필진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더니 이젠 그마저 못하겠다고 한다. 국민과의 약속 위반을 넘어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밀실과 은폐를 자초하는 지 모를 일이다.
집필진 비공개는 정부가 제시한 국정화의 근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기도 하다.“검정교과서 집필진이 다양성을 갖추지 못해 편향됐다”는 점을 국정화의 논리로 제시했는데, 정부 주장대로라면 국정교과서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성향의 집필진을 구성하고 이를 공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 집필진 구성이 정말로 공정한지, 각자의 자질과 능력은 또 어떤지 확인할 도리가 없다. 지금처럼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할 경우 편향성이 있어도 시정할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사를 바르게 배우기 위해서는 국정교과서부터 모든 국민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진과 집필 내용, 심의 등 교과서 제작의 전 과정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집필진 공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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