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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더 가까이... '시위 메카' 이젠 광화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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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은 예약된 문화행사가 많아 시국선언처럼 급한 일정을 잡으려면 광화문광장이 편합니다.”(국정화 저지를 위한 문화제 주최 측 관계자)
서울 광화문광장이 정권과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9년 광화문광장이 개장하기 전까지 광우병 촛불집회(2008년) 등 주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 비판의 중심에 섰던 시청 앞 서울광장이 문화행사의 장(場)으로 성격이 바뀐 데다, 청와대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시민ㆍ사회단체가 광화문광장으로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가을비가 내리던 오후 두 광장의 상황은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선 중ㆍ고교 청소년들로 구성된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행동’ 소속 학생 50여명이 국정화 반대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한 참가자는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역사의 장소에서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했다. 같은 시간 서울광장에선 ‘제2회 서울김장문화제’가 한창이었다. 9,10월 두 달 동안 서울광장에서 열린 각종 문화행사는 35건에 달한다. 하지만 7년 전인 2008년 6월 10일 ‘광우병 촛불집회 6·10 백만 대행진’ 당시 경찰 추산 8만명(주최 측 추산 70만명)이 모인 곳은 다름 아닌 서울광장이었다.
두 광장을 각각 관할하는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종로경찰서의 집회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서울광장의 경우 집회 건수가 2013년 201건에서 지난해 141건, 올해 104건(9월 기준)으로 점차 줄고 있다. 반면 광화문광장은 같은 시기 211건, 291건, 261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광화문광장은 서울 전역의 집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3.94%에서 8.44%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를 비판한 집회ㆍ시위 장소가 청와대와 가까운 북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과거에 비해 업무가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예로부터 집회ㆍ시위의 성패는 청와대와의 접근성에 따라 결정되는데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광화문광장이 주최 측 입장에선 적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파동 이전 우리 사회를 갈라놨던 세월호 참사 여론이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변화해 온 점도 광화문이 집회ㆍ시위의 중심지로 부상한 이유로 꼽고 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2009~2012년 대표적 사건인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 때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리면서 대한문이 투쟁 거점이 된 사례처럼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시작하면서 집회ㆍ시위 트렌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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