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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역사 가치관 뚜렷해야 통일” 국정화 논란 쐐기

입력
2015.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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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준위 회의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우회적 강조

“8ㆍ25 합의대로 건설적 대화 나서야” 南北 당국회담 조속 개최 촉구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제6차 통일준비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 당국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은 통준위 사회문분야 민간위원인 고건 전 국무총리.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제6차 통일준비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 당국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은 통준위 사회문분야 민간위원인 고건 전 국무총리.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우리나라에 대한 강한 자긍심과 역사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 없으면 통일이 되기 어렵다”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통일준비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같이 말하고 “통일이 돼도 우리 정신이 큰 혼란을 겪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그래서 결국 사상적으로 지배를 받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확고한 국가관을 갖게 하는 것이 통일의 시작이라 생각하고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역사 전쟁 논란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지난 달 27일 국회 시정연설 이후 약 열흘 만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부가 하는 일”이라며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국민 설득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나 ‘국정화’ 등의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사상 지배’, ‘국가관’ 같은 표현을 써 보수ㆍ중도층의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남북한 당국 회담 개최를 북한에 거듭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는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 남북이 건설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8ㆍ25 합의에서 밝힌 대로 남북의 상호 관심사와 한반도 미래를 위한 논의를 하루 속히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남북 간 민간 교류가 최근 역사ㆍ문화ㆍ체육ㆍ삼림ㆍ병충해 방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확산될 수 있도록 당국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한은 8ㆍ25 합의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해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명시했고, 정부는 당국 회담 개최 의지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중국(9월), 미국(10월) 방문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중국과의 공조와 한미동맹 등을 강조한 것 등을 이유로 북한이 냉랭하게 돌아서면서 당국 회담을 비롯한 대화 분위기는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남북 당국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직접 촉구한 것에 북한이 반응을 보일 것인지 주목된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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