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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여론전… 세 불리는 진보와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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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이후 국정화 찬성ㆍ반대진영간 세대결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진보ㆍ보수 양측 다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여론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어서 상당 기간 갈등과 분열 양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동안 역사교과서 국정화 국면에서 진보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미미했던 보수단체들은 5일 서울 도심에서 수천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고 국정화 논란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대한민국애국재향군인회는 이날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지지’ 국민대회를 개최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하는 정부 방침에 힘을 실어줬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에 2,500명 모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지난달부터 계속된 도심 국정화 찬반 집회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국정 역사교과서 이슈가 이념 갈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흐름을 보여줬다. 주최 측은 개회사를 통해 “종북세력이 전국적으로 집회를 개최 중”이라며 “국가 안보를 위해 젊음을 바친 재향군인회가 나서야 한다”고 보수의 결집을 촉구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축사에서 “좌편향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니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다”며 “잘잘못은 다음 총선에서 심판을 받으면 되니 (정부와 여당을)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민ㆍ사회단체들은 여론전의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정부의 국정화 로드맵을 무력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주의국민행동 회원들은 이날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역사쿠데타저지ㆍ세월호진상규명ㆍ민주민생수호를 위한 시국농성’을 벌이며 정부 규탄을 이어갔다. 470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도 오는 7일 청계광장에서 국정화 교과서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대규모 촛불집회를 예고했다.
정점은 14일이 될 전망이다. 국정화 반대진영 측은 이날 ‘민중총궐기운동본부’와 합세해 서울 도심에서 1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미 집회 당일 최상위 경계령인 ‘갑호비상’을 발령해 불법ㆍ폭력 시위를 엄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민들은 이념 대결 조짐에 2008년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 사태’를 떠올리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학생 손은영(26ㆍ여)씨는 “역사와 교과서라는 학문 및 교육의 가치가 또다시 이념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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