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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핑계 찾지 말고 선거구 획정 시한 지켜야

입력
2015.11.05 20:00

내년 4월13일 제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13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공직선거법 부칙은 총선 5개월 전까지 선거구획정을 마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당장은 국사교과서 국정화 대치에 따른 국회 마비가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동안의 경과로 보아 꼭 그것만도 아니다.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는 여야 의원들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다는 이유가 크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누리는 데다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다음 총선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어서다.

속이 타는 사람들은 내년 총선을 통해 여의도 진입을 노리는 정치 신인들이다. 선거구가 어떻게 조정될지 종잡을 수 없으니,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선거 준비를 해야 할지 난감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야는 선거구획정 책임을 상대 탓으로 돌리면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아왔다. 활동시한이 만료된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기간 연장을 위한 본회의 의결조차 국회 파행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5일 “교과서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위기에 빠진 경제와 민생도 살려야 한다”고 한 만큼 내주 중에는 국회가 정상화할 개연성은 있다. 그 경우 선거구획정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여야 접촉도 재개될 수 있다. 그러나 농어촌의 지역구 축소 최소화 방안을 놓고 여야 의견 차가 여전해 법정시한까지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헌재의 ‘인구편차 2대1’ 결정에 따라 지역구가 늘어나는 만큼 비례대표를 축소해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축소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행정구는 물론이고 자치구의 일부 분할까지 예외로 적용해 돌파구를 열자는 견해도 있지만 임의적 선거구조정(게리맨더링)에 대한 비판 여론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법정 시한을 넘기고 선거 1~2개월 전에 가서야 선거구를 획정하는 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2년 19대 총선 때만 해도 선거일 44일을 남기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 경우 졸속도 졸속이지만 여야 모두 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 일정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예비후보 등록일인 내달 15일 이후까지도 결론이 안 나면 정치 신인들은 어느 지역에 후보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진다. 가뜩이나 현역의원에 비해 불리한 경쟁여건이 더욱 나빠진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4일 선거구 획정 지연에 대해 “총선을 준비하는 분들이나 국민에 정치적으로 도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빈말이 아니라면 야당과 조속히 협상을 재개해 결론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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