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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의혹 불거질 때마다 “백블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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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4일 또 다시 일방적으로 백블(비공식 브리핑) 중단을 선언했다. ‘마약사위’ 논란이 불거진 지난 9월에 이어 이번엔 전 수행비서가 비리 혐의로 구속된 직후다. 이를 두고 개인적인 유ㆍ불리에 따라 편의적으로 백블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김 대표는 이날 정성일 상근부대변인을 통해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내일 오전회의부터 백블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매일 회의가 끝나면 대변인이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는 상황에서 대표가 사소한 질문까지 답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일방적인 백블 중단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주요 정당들은 지도부 회의가 끝날 때마다 대표ㆍ원내대표를 비롯한 핵심당직자들이 백블을 통해 자신들의 구체적인 주장을 전달해왔고, 기자들도 이 과정에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익명을 전제로 답변을 끌어내왔기 때문이다. 공식 발언의 이면을 취재해야 할 일이 많은 국회 출입기자들에게는 당 지도부의 백블이 주요한 취재 통로인데, 김 대표의 방침은 이를 일방적으로 틀어막겠다는 것에 다름아닌 셈이다.
특히 이번 백블 중단이 공교롭게도 김 대표의 전 수행비서가 억대 금품수수 혐으로 구속된 다음날 나온 것이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정치권 안팎에서 김 대표 측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거나 여권 내 파워게임 차원에서 이 사건을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김 대표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사건이 일어나자 서둘러 차단막을 쳤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9월 10일에도 둘째 사위의 마약 투약 논란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돌연 백블 중단을 선언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김 대표가 취재현장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교묘히 활용하려고만 한다는 점이다. 그가 마약사위 건으로 백블을 중단한지 일주일만에 단 한마디의 배경 설명도 없이 이를 재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는 자신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해온 오픈 프라이머리 추진이 청와대ㆍ친박계에 의해 흔들리자 곧바로 백블을 통해 강력한 추진 의사를 거듭 밝혔고, 당시 대다수 언론은 김 대표가 반격에 나섰다는 내용으로 이를 보도했다. 기자들이 집권여당의 대표인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점을 활용해 본인이 필요할 때 유리한 얘기만 골라가며 한 것이다.
최근만 해도 김 대표는 거의 매일 백블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5대 입법 처리 등을 주장했고, 기자들은 이를 충실히 반영해 보도해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번에도 전 수행비서의 구속으로 자신에게 부정적인 취지의 보도가 나올 가능성이 엿보이자 대변인 브리핑을 핑계 삼아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고 나섰다. 물론 지난 마약사위 사건 이후의 행태로 볼 때 김 대표는 언제든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백블 중단 선언을 식언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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