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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자긍심 고취"에 초점… 국가 과오 축소·외면 소지

입력
2015.11.04 04:40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역사교육 정상화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역사교육 정상화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정부는 3일 ‘중등 교과용도서 국ㆍ검ㆍ인정 구분안’ 확정고시 브리핑을 통해 국정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 방향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제시된 집필 방향은 ▦상고사 및 고대사 보강 ▦일제 독립운동사 강화 ▦민주ㆍ산업화 성과와 한계 객관적 기술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 고취의 4가지로 요약된다. 학생들이 ‘좌편향’ 역사교과서 탓에 한국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만큼,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근ㆍ현대사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객관적 기술이란 명분을 앞세워 국가의 과오들이 축소 또는 외면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일제시대를 포함한 근ㆍ현대사의 경우 식민지근대화론 및 친일ㆍ독재 미화로 서술될 수 있다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친일 역사 청산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광복 이후의 역사인식이 이번 역사 서술에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ㆍ산업화 성과와 한계에 대한 객관적 서술’부분이 대표적인 경우다. 정부와 여당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통해 민주주의체제 확립과 경제성장이 이뤄진 만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해산(1949년) 사사오입 개헌(1954년) 유신체제(1972년) 등 과오에 대한 서술은 편향이라 보고 있다. 이런 논리가 확대되면 독재와 친일마저 반공주의와 경제개발을 위해 불가피했던 것으로 합리화될 수 있다는 게 역사학계의 시각이다.

‘독립운동사 강화’의 경우, 정부는 현재 검정교과서가 조선의용군 등 사회주의 무장 독립운동단체 활동을 한국광복군 보다 더 많이 기술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재평가 받고 있는 약산 김원봉 등에 대한 분량은 축소되고 대신 백범 김구 등 민족주의 계열 인사들에 대한 서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상고사(고조선~삼한)와 고대사 보강’ 방침에 대한 학계의 우려도 크다. 중국의 ‘동북공정’ 등에 맞서 관련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가 역사 왜곡에 대한 대응을 넘어 국수주의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상고사를 다룬 역사책 ‘환단고기’의 한 구절을 인용한 뒤 이듬해 ‘상고사 정립’을 교육부에 연구과제로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위서(僞書) 논쟁에 휩싸인데다, 내용 역시 학계 통설과 거리가 멀어 비판을 받고 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민족정체성 확립을 지렛대 삼아 동북공정보다 더한 역사왜곡이 이뤄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집필방향에 따른 집필작업은 이달 중순 필자구성 및 편찬기준 마련이 끝난 뒤 월말부터 1년 간 본격 진행된다. 이에 대한 심의는 역사ㆍ국어ㆍ교육ㆍ헌법학자와 교사, 학부모 등으로 이뤄진 편찬심의회가 맡게 된다. 국사편찬위원회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향후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표 집필진만 공개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해 ‘깜깜이 집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35~36명에 이르는 집필자 중 시대별 대표필진 5~6명을 제외한 나머지 저자들은 최종 교과서가 나올 때까지 베일에 싸이는 것이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모든 집필자를 공개하면 (개발에)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공개와 비공개 사이에서)중도적인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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