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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둘로 쪼개진 민심

입력
2015.11.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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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3일 서울 도심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찬반 집회로 몸살을 앓았다. 진보성향의 시민ㆍ사회단체와 학생, 교사들은 “국민의 반대 목소리에도 정부가 독단적으로 국정화를 강행했다”며 촛불로 광화문 일대를 수놓은 반면, 보수단체들은 국정화를 환영하며 맞섰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470여개의 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규탄 긴급 결의대회’에 참가해 국정교과서 철회를 촉구했다. 오후 6시쯤 결의대회가 시작하자 쌀쌀한 날씨 속에도 약 500명(경찰 추산 300명)의 시민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은 채 모여들기 시작했다. 참석자들 손에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강행 규탄한다’는 피켓과 함께 촛불이 들려 있었다. 2시간가량 진행된 결의대회는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우쿨렐레 기타 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한 70대 남성은 자유발언을 통해 “역사를 바르게 가르치면 국민이 똑똑해지는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한 정부는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고 성토했다. 결의대회를 찾은 일반 시민들도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대학생 이현지(20)씨는 “역사가 답으로 제시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주변 사람들도 국정화가 상식에 벗어났다는 점만큼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근길에 참석한 직장인 정욱(43)씨는 “일본이나 미국과 관련한 부정적인 역사 서술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이들 국가의 눈치를 보느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급하게 추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이른 아침부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먼저 오전 10시 초중고 퇴직교원 20여명이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철회를 촉구했다. 인근 광화문광장에서도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모인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과 한국청년연대 등 16개 청년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결정을 성토했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ㆍ사회단체들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비난하는 성명을 일제히 발표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집회에서 어버이연합 회원이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집회에서 어버이연합 회원이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맞서 어버이연합, 올인코리아,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성향 시민단체들 역시 정부서울청사와 광화문 일대에서 맞불 집회를 열어 국정화 확정 고시에 찬성하는 여론전을 펼쳤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한국사교과서는 대한민국 헌법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며 정부의 국정화 추진에 힘을 실어 줬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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