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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교육부가 교과서에 北 ‘주체사상’ 넣도록 주문”

입력
2015.11.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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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주체사상’ 관련 내용을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된 근거로 내세우는 교육부가 오히려 과거 교과서 집필 기준에 주체사상을 포함하고, 학생들에게도 가르치도록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교육부의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보면 ‘대한민국의 수립과 발전’ 단원(18쪽)에 “북한 정권의 성립과 변화 과정을 사실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어두운 면도 함께 서술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북한의 주체사상 및 수령 유일체제의 문제점을 서술해 남북한 이질화 정도를 가늠하고 통합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덧붙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교육당국이 한국사 교과서에서 주체사상의 본질을 다루게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셈이다.

교육부는 일선 교사들이 수업 내용을 짤 때 필수적으로 참고하는 ‘교육부 고시 교육과정’에도 주체사상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2009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역사과 해설’ 98쪽에는 “1960년대 이후 북한은 김일성 중심의 유일 체제가 공고해졌고, 주체사상이 등장했다. (중략) 북한의 주체사상 및 수령 유일 체제의 문제점 등을 (학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적시했다. 주체사상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로 “평화 통일을 위한 과제와 방안을 탐색하기 위해 북한의 변화 과정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친절한 해설도 곁들였다. 미래엔 교과서 저자인 서울 대일고 조왕호 교사는 “정부가 먼저 주체사상에 대한 교육을 주문하고 비판 수위가 기대에 못 미치자 다시 이를 국정화의 근거로 삼는 자가당착에 빠졌다”며 “학생들의 학습 도구인 교과서가 반공ㆍ정치 선전물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학술교류단체 ‘역사인식과 동아시아평화포럼(평화포럼)’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 간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제14회 평화포럼’에 참석한 한중일의 학자와 교사, 시민활동가 등 350명은 한국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평화포럼은 성명서에서 “한국 정부의 역사교육 개입과 박정희 유신독재 때 도입된 국정제 부활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다양하고 비판적인 역사인식을 토대로 한 역사교육과 교과서만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역사 개입 문제에 대해서도 “올해 일본에서는 전쟁을 미화하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며 집단자위권을 기술한 이쿠호샤 교과서의 채택이 급증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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