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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日 우익 후소샤 교과서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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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에 사회과학자 다수 포함
정치적 관점서 국익 옹호 해석
전쟁 미화 · 역사 왜곡 논란 휩싸여
필자 모두 우익 학술단체 소속
시민사회서 채택 거부돼 도태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정치, 외교, 경제학자 등을 참여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쟁 미화, 역사 왜곡 등 논란에 휩싸였던 일본 후소샤(扶桑社) 발행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2001년 제작된 후소샤 교과서는 교육학자, 경제학자, 외교학자 등이 주요 집필진, 감수위원 등으로 참여했고 역사학자는 집필진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역사학계에서는 역사학자보다 정치, 외교학자가 역사교과서 집필을 주도할 경우, 후소샤 교과서처럼 정치ㆍ외교적 국익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외교평론가, 국제정치학자, 정치학자가 다수 집필진과 감수위원으로 참여한 후쇼사 교과서에는 ▦중일전쟁 책임회피론(전쟁 책임을 중국 공산당에게 전가) ▦한반도 위협론(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침략 불가피) ▦한일병합 정당화론 ▦제2차 세계대전 미국 책임론 등 자국의 이익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일관돼 출판 당시 국내외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정치학, 국제정치학 등 사회과학은 국ㆍ내외적 정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학문 분야이기 때문에 역사 교과서 주요 집필진으로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통계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소샤를 그대로 계승해 같은 필진이 2009년 발간한 지유샤(自由社) 교과서의 경우 식민 지배 시기 일제가 근대화 사업을 통해 한국을 경제적으로 발전시켰다는 식으로 서술돼 있다.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한국 뉴라이트 학자들의‘식민지근대화론’과 같은 시각이다. 국내 식민지근대화론의 이론적 기반도 경제학자들이 주축이 된 낙성대 경제연구소가 주로 제공했다.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이를 “계량 사학의 오류”라며 “역사에서 중요한 건 통계 수치가 아니라 그 통계가 뭘 의미하는지,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나왔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된다. 후소샤 교과서는 검정 과정에서 문부과학성으로부터 137군데에 이르는 수정 지시를 받았다. 이는 당시 시미즈쇼인, 교이쿠슈판 등 기존 7종 교과서가 20~30군데 수정 지시를 받은 것과 비교했을 때 오류가 6배 가량 많았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정치ㆍ외교학과, 경제학 등과 역사학은 학문적인 전문성 자체가 전혀 다른 분야”라며 “정치, 외교학은 역사적 사실성을 따지는 것 보다 해석에 방점을 둔 학문이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성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결국 정치적 성향이 같은 인사들로 집필진을 채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점쳐 진다. 후소샤 교과서 집필진도 경제학자, 교육학자, 외교학자 등 겉으로 보면 여러 사회 과학 분야를 망라한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우익 학술 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소속이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김정배 위원장이 전날) 역사학 비전공자 참여를 재차 강조한 것은 하나의 노선을 가진 여러 분야 학자들을 이미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2002년부터 시중에 배포된 후소샤 교과서는 시민 사회의 채택 거부 운동으로 인해 채택률 0.039%(총 521권)로 시장에서 사실상 도태됐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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