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교회가 가정의 시련과 고통 보듬어야”

입력
2015.10.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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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27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적개심을 이기지 못하면 아무리 군대를 확장하고 첨단 무기를 갖춰도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제공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27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적개심을 이기지 못하면 아무리 군대를 확장하고 첨단 무기를 갖춰도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제공

바티칸에서 열린 가톨릭 교회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고 돌아온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가 “교회가 가정의 시련과 고통을 보듬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27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시노드는 오늘날 여러 시련과 위기에 당면한 결혼과 가정이야말로 신앙적 소명이며, 약하고 결점투성이인 인간이 이 성스러운 소명을 지켜나가기 위해 교회와 성직자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임무를 재확인한 자리였다”며 이렇게 밝혔다.

24일 마무리된 주교 시노드는 “이혼, 재혼 신자들이 사제의 판단에 따라 영성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의 최종보고서를 채택해 교황청에 건의했다. 가톨릭 교회에서 이혼ㆍ재혼자들은 그간 ‘죄 중에 있는 이’로 여겨져 미사 때 성체성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됐다.

강 주교는 “예수님의 성체는 의인을 위한 포상이라기보다는 죄인이나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거룩한 약이라는 새 신학적 사고 속에 이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회들은 신자들과 모두 1~6개월의 혼인 및 결혼 교육, 상담 등 준비과정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이것이 부족한 실정이었다”며 “교회에서 교리 교육과 함께 중장기적 양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외신의 주목을 끌었던 동성결혼 논의에 대해서는 “동성애 신자를 차별하거나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면서도 “가톨릭에 있어서 결혼은 한 남자와 여자가 영구히 사랑을 서약하고 아이들을 낳아 가정을 꾸리는 것이고,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함께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 큰 이견이 없었다”며 대체로 동성결혼 인정에 부정적이었던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동성결혼 이슈를 둘러싸고 내외신이 보수, 진보성향 주교들의 갈등에 주목한 점에 대해서는 “모든 상대주의와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위험을 경계하며 자비를 끌어안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을 인용하며 “의견 차이가 있어도 상대방을 함께 갈 수 없는 존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질책으로 시노드의 결과 역시 그럴듯하게 꾸미지 않고 드러내는 이런 모습이 교황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강 주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갈등에 대한 질문에는 “구시대의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좌편향, 우편향을 이야기하며 대결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이런 마음 속의 적개심”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런 사고의 틀이 우리 사회를 끝없는 투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는 만큼, 지도자들이 단순한 틀로 타인을 매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주교 시노드는 교황이 주요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세계 주교 대표자들을 소집하는 일종의 공청회로 의결권은 갖지 않는다. 교황은 시노드의 최종 보고서를 약 1년간 검토해 사목 지침을 발표한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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