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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육부 TF의 추억

입력
2015.10.27 16:42

20년 전 교육부를 출입할 당시에도 태스크포스(TF)가 여러 개 있었다. 기자들의 눈을 피해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별도 조직이 안성맞춤이라 여긴 때문이다.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설치를 비롯한 굵직한 교육개혁안이 거의 TF에서 만들어졌다. 그때 단골로 이용한 장소가 경복궁 담장 옆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이다. 교육부와 가까운데다 한적한 곳에 위치해 비밀작업을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교육부가 세종시로 이전한 뒤에는 대학로 한국방송통신대 구내에 있는 국립국제교육원이 은밀한 작업 공간이 됐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위해 교육부가 만든 비공개 TF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국정화 비밀 상황실’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교육부는 “역사교육지원팀 보강”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TF는 말 그대로 특수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이다. 정상적인 업무라면 기존의 역사교육팀 인원을 늘리면 될 일이지 별도의 TF를 만들 이유가 없다. 교원과 학부모, 시민단체 동향 파악을 공무원의 정상 업무라 보기는 어렵다. 언론 동향 파악을 넘어 언론기고, 칼럼니스트 섭외까지 포함된 걸 보면 여론 조작 냄새까지 풍긴다.

▦ 야당 의원들이 들이닥치자 교육부 직원들은 사무실 불을 끄고 건물 사방의 창문을 블라인드 커튼으로 가렸다. 떳떳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라면 소속 상임위 의원들을 안으로 불러 당당하게 설명하면 될 일이다. 당황한 직원들이 연락을 하자 윗선에서 문을 잠그고 컴퓨터를 옮기고, 안을 들여다 보지 못하게 소등하고 커튼을 치라고 지시했을 것이다. 공론을 거쳐 투명하게 진행해야 할 교과서 편찬을 비밀작전 벌이듯 하는 건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증거다.

▦ 1973년 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도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청와대 주도로 국정화 발표일(6월23일)을 D데이로 정해놓고 그에 맞춰 치밀한 계획을 짰다. 문교부가 작성한 문건에는 D데이 3일 전 집필자 위촉, 9월30일까지 집필, 10월1일부터 국사편찬위원회 검토, 편찬심의회(4일간), 원고수정(19일간), 윤문감수(15일간)를 거쳐 이듬해 국정교과서를 배포하도록 했다(‘역사교육으로 읽는 한국현대사’, 김한종). 이번에도 국정화 발표 이전부터 청와대와 교육부의 면밀한 시나리오가 짜져 있었다는 걸 비밀TF가 보여준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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