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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에 경고-대화 원론적 입장 되풀이… 北 호응 '물음표'

입력
2015.10.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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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북핵 해결 의지 확인 성과… 전향적 입장까지 못나가 한계

北 핵보유국 불인정 등 못박기… 협상 이끌어낼 뚜럿한 대책 안보여

8월 이후 한반도 유화국면 지속, "한미중 공조 노력 성과" 평가도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전략국제연구소(CSIS)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전·현직 고위 관료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을 상대로 우리의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전략국제연구소(CSIS)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전·현직 고위 관료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을 상대로 우리의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한미 정상이 16일(현지시간) 내놓은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은 북한의 무력 도발 억지와 북핵 대화 의사를 함께 담았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밝힘으로써 8ㆍ25 합의 이후 조성된 한반도 유화 국면을 이어가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북한을 북핵 협상장으로 끌어낼 확실한 당근은 보이지 않았고 북한 인권 문제 등을 함께 거론해 북한의 반발만 불러올 공산이 커 보인다. 특히 북핵 대화에 소극적인 것으로 비쳤던 오바마 행정부가 전향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도록 설득하지 못한 것도 한국 외교력의 한계로 평가된다.

美의 북핵 해결 의지는 원론적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오찬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집중적으로 거론한 의제는 북한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북한 정세 등에 대한 평가와 함께 북한의 전략적 도발 대응 및 의미 있는 비핵화 대화 재개 등을 위한 양국 간 공조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 문제 전반을 다룬 공동성명을 별도로 발표한 것도 이전 정상회담과 차이가 있었다. 지난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박 대통령이 방미를 연기한 이후부터 북한의 지뢰 도발과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합의, 중국 전승절 계기 한중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등이 잇따랐던 만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큰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한국 입장에선 미국의 북핵 해결 의지를 확인한 것 자체는 성과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 핵협상, 쿠바 수교 등 외교 성과를 잇따라 내면서도 북한 문제에선 ‘전략적 인내’를 기조로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내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 핵실험 강행, 북미 2ㆍ29 합의 파기 등으로 미국을 자극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을 갖고 다루겠다고 밝혀 6자회담 재개의 불씨는 살리게 됐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의미 있는 6자회담 재개 노력을 천명했고 이번에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전략적 관여 모습을 보이는 등 한미중 공조 노력의 성과가 나타났다”라고 평가했다.

北 호응, 中 협조 끌어낼 외교전략 필요

하지만 공동성명의 내용이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에선 “한미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고, 비핵화라는 우리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등과의 공조도 강조했다.

문제는 공동성명 내용 대부분이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였고, 대화 제의는 원론적이었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근본적 우려를 해소할 당근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또 핵 보유국 선언을 통해 쉽게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공동성명에선 ‘우리는 결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부 교수는 “경제 지원 등 과거보다 떡을 더 준다고 해서 북한이 대화로 나올 상황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생존 문제, 즉 불가침 문제나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 전향적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 북한을 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일 논의 역시 북한을 자극하는 의제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은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상정하는 통일은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을 통한 단계적 통일보다는 북한의 급변 상황에 따른 급작스런 통일 상황 대비에 치우쳐 있다. 북한 입장에선 한미 정상의 통일 논의가 대북 대화 분위기 조성이 아닌 김정은 정권 교체 시도라고 해석하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15일 펜타곤(국방부)을 방문하며 한미 군사동맹을 강조하고, “한미동맹이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의 중심축”이라고 밝힌 대목은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정책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한국이 한 몫을 하겠다는 것은 중국경사론 불식 차원을 넘어 중국과 맞서겠다는 의미로 비칠 수도 있어 섬세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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