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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규모 한국역사연구회도 "역사 모독" 집필 거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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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색깔론으로 학계 매도" 성명
고대~근현대 학자 770여명 망라
학계 전반 확산… 집필진 구성 난관
충북대·단국대 교수도 보이콧 동참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맞서 역사학자들의 집필 거부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 최대 역사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회장ㆍ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도 16일 국정교과서 집필거부에 동참했다. 이 학회는 고대ㆍ중세ㆍ근ㆍ현대사를 망라한 학자 77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역사연구회는 이날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입장발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정부가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연구개발ㆍ집필ㆍ수정ㆍ검토 등 교과서 제작과 관련한 모든 과정에 참여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회는 이날 오전 교수, 강사, 연구원 등 전 회원에게 이 같은 의결사항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정용욱 회장은“정부는 심사와 검정, 수정까지 마친 교과서에 낡아빠진 색깔론을 들이대 역사연구자와 역사교사들을 모독했다”며 “고금에 어떤 정권이 사사로운 이해관계와 특정세력의 역사 세탁을 위해 이렇게 학계를 매도한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 학회는 진보 성향의 한국사 연구자 모임인 망원한국사연구실, 역사문제연구소, 한국근대사연구회 등을 주축으로 고ㆍ중세사 연구자들로 구성된‘고중세사연구자 협의체’가 가세, 1988년 창립됐다.
한국역사연구회가 집필 거부에 동참함에 따라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회원 수 500여명인 한국근현대사학회가 동참 의사를 밝혔고, 한국고대사학회 등 각 시대별 학회들도 집필거부를 선언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30~31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전국역사학대회에서 역사학계의 국정교과서 반대 목소리는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다음 달 초 정부가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이 소수의 친정부적 성향 또는 뉴라이트 계열 인물로 채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거의 모든 학자들이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제대로 된 국정교과서 집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근현대사보다 관심이 적은 전근대사의 경우 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이날 충북대 역사학 교수 13명도 집필거부 선언서를 냈다. 이들은“정부가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며 역사교과서 서술을 좌우한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후세에게 획일적으로 재단된 역사적 가치와 기준을 물려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단국대 역사전공 교수 16명도 성명서를 내고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과 국민 통합을 위해 후진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철회하길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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