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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어렵게 쌓은 한국 이미지 크게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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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해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해외 석학들도 잇달아 이번 시도가 역사 교육의 기본 가치에 위배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윌리엄 패터슨대의 아시아사연구 책임자인 디어도어 쿡(사진) 역사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의 국정화 추진에 대해 “그간 어렵게 쌓은 한국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쿡 교수는 15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표방한 이번 국정화에 대해 “역사에 올바르고 진실된 하나의 해석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다른 해석의 가능성으로부터 역사를 방어할뿐더러, 세뇌를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이미 조지 오웰의 ‘사람들을 통제하는 가장 효과적 수단은 그들의 역사를 통제하는 것’이라는 격언을 통해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올바른 역사 해석인지를 정부가 나서 정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은폐, 세뇌, 통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정화 강행이 결국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져 내려가는 단 하나의 역사적 해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정책은 지속 불가능할뿐더러 궁극적으로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실수(grave mistake)”라며 “남한의 정책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정책에 훨씬 가까워 보인다”는 직격탄을 날렸다.
쿡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배경을 의식한 듯, 현대사 비중 축소 방침에 대해서도 구체적 한국사를 언급하며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의 경우에는 특히 전쟁 직후와 해방기 및 1961~1979년 시기(5ㆍ16 쿠데타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기)에 대해 엄격한 논쟁을 펼치는 것이 필수적 사안”이라며 “식민시대나 19세기 후반에 대한 이해가, 20세기 후반의 결정적인 한국 역사와 사회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이해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민감한 사안이라고 기술을 포기하고 논쟁이 적은 분야만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현재뿐 아니라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필수적”이라며 “일본이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인문학을 외면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을 택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이 과거사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입지를 축소 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또 “단 하나의 역사적 관점을 추구하겠다는 이번 시도 하나만으로도, 지난 세기에 힘겹게 구축해온 ‘진실의 추구자’로서의 한국의 이미지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교과서를 둘러싼 중국에서의 논란이나 폭넓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일본 내 소수의 목소리 등이 한국 상황에 경종이 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역사 교육에 대해 그는 “가까운 장래의 역사를 만들어갈 청소년들은 역사를 둘러싼 많은 분쟁들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반드시 절차나 탐구의 과정으로 가르쳐야 한다”며 “특정한 입장을 배척하고 ‘간단한’해석을 찾겠다는 것은 망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본사를 전공한 쿡 교수는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 윌리엄 패터슨대 아시아사 연구 총책임자로 재직 중이다. 일본군의 강간 등 잔학행위 및 야만성 등을 비롯해 전시 일본 안팎의 상황을 다룬 저서 ‘전쟁에서의 일본- 구술 역사(Japan at War: An Oral History)’가 1992년 뉴욕타임즈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됐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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