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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국방, 떠밀리듯 美 동행… "KF-X 핵심기술 이전 요구" 때늦은 불씨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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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결단 내려도 안될 일"
얻는것 없이 한미관계 역풍 우려
되레 사드 배치 덤터기 쓸 수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한국형전투기(KF-X)개발에 필요한 4가지 핵심기술의 이전을 요구하기 위해 14일 미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기술이전을 거부한 미 정부를 상대로 자칫 떼를 쓰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오전 펜타곤(미 국방부)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한 뒤 따로 애슈턴 카터 장관을 만나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갖는다. 내달 초 서울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만나는 한미 안보협의회(SCM)가 예정돼 있는데도 굳이 미국을 찾은 것은 표류하고 있는 8조 규모의 KF-X사업을 어떻게든 되살려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 장관이 요청할 다기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비롯한 KF-X개발의 4가지 핵심기술은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라 타국에 이전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지난 4월 미 정부가 이전을 거부한다고 결정한 이후 국내 비판여론이 워낙 거세지자 정부는 마지못해 한 장관을 급파하는 극약처방을 내놨지만 뒷북대응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한 장관은 KF-X의 핵심기술 이전에 대해 지난 8월 카터 장관에게 협조를 당부하는 서한을 발송했지만 아직 답장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 정부가 입장을 바꿀 리 만무하다는 게 군 안팎의 관측이다. 미 정부가 기술을 이전하기로 결정을 번복하면 국내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술이전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 한미동맹의 균열로 비쳐 한미 정상회담의 빛이 바랠 수도 있다. 한 장관이 부랴부랴 잰 걸음에 나섰지만 문제 해결은커녕 한미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움직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한미 양국간 현안으로 KF-X사업이 급부상하면서 정부가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은 더 커졌다. 군 관계자는 “미국의 핵심 군사기술 이전은 국내적으로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다 해도 이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한 장관이 카터 장관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반대급부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공론화될 우려가 있다. 일종의 주고받기로, 우리측이 예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한 장관의 방미는 실익은 없고 미숙한 군사외교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미측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절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지만 이 경우에도 립서비스를 넘긴 어려워 보인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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