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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메르스 환자" 밝혔는데도 일반 응급실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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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메르스 환자’로 알려진 80번 환자(35)가 음성 판정 11일 만에 재발하기까지 다른 일반 환자와 의료진, 구호요원들이 이 환자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방역당국은 80번 환자와 접촉해 격리 조치한 61명의 명단을 의료기관에 제공하지도 않았다. 우리 의료계와 방역당국이 여전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것이어서 비난이 커지고 있다.
13일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당국에 따르면, 메르스 80번 환자는 11일 새벽 5시33분에서 57분까지 24분간 일반 응급실에 머물렀다. 앞서 이 환자는 38.8도의 고열과 구토 증세로 5시23분 응급실 맞은 편의 선별진료소(발열호흡기진료소)에 가서 자신이 80번 환자임을 밝혔다. 하지만 의료진은 기침 가래 등 메르스 증상이 없고 엑스레이 촬영에서도 폐렴이 발견되지 않자 지병인 림프종(혈액암) 때문에 열이 난다고 판단, 일반 응급실로 환자를 옮겼다. 그러나 응급실 진료 도중 상태가 악화되자 24분 뒤 위독한 환자를 위한 별도 병실인 ‘소생실’로 다시 환자를 옮겼다. 하지만 이 병실 역시 감염병 환자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음압병실은 아니었다. 이 환자는 낮 12시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메르스 양성 확진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과 직원 29명, 다른 환자 및 보호자 16명이 그대로 메르스 환자에 노출됐고 결국 자가격리 조치됐다. 더구나 80번 환자는 지난 8일 이 병원에서 수혈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스에 대한 안이한 대응은 환자 이송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80번 환자가 이용한 구급차를 다른 환자 이송에도 사용해 119 구급대원, 다른 환자 등 격리자가 12명이나 됐다. 이 환자는 자택에서 삼성서울병원에 갈 때 119 구급차, 삼성서울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갈 때는 강남구 보건소에서 제공한 구급차를 이용했다. 응급실과 구급차는 지난 6월 메르스 사태 당시 최대 감염 진원지였지만, 이번에도 계속해 다수의 격리자가 발생한 것이다.
80번 환자의 메르스 재발로 자가격리된 61명은 지난 5월 4개 병원을 경유했던 메르스 1번 환자(67)의 첫 자가격리자 수(64명)에 버금간다. 결국 메르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선별진료소 운영, 환자 분리 진료, 환자 이송 대책 등이 이번에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격리자가 많은 것은 조금이라도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은 모두 포함시켰기 때문”이라며 “응급실로 옮길 당시에는 최종 음성 판정자로 알고 있어 다시 양성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80번 환자가 머물렀던 ‘2구역 응급실’은 침대 사이 벽이 설치돼 다른 환자와의 접촉 가능성이 낮다”며 “의료진도 레벨D 등급 방호복을 착용하는 등 감염 문제에 대비했다”고 했다.
하지만 80번 환자의 간접 접촉자로 분류돼 보건소에 발열 상황을 보고하는 능동감시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날 “80번 환자가 지난 8일 빈혈 증상이 있어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해 수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내원한 다른 환자는 파악했지만 보호자는 방문기록이 없어 전국 보건소에 파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12일 밤 긴급기자회견에서는 80번 환자가 6일 서울대병원 외래진료를 받은 것 외에는 자택에 머물렀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과 당국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기의 정형외과 진료 때문에 12일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왔다는 한 엄마는 인터넷 육아카페에 “엑스레이를 찍느라 응급실 바로 옆에서 오래 동안 대기했다”며 “병원이나 정부가 그 사람(80번 환자)이 응급실에 오지 않도록 하든지, 아니면 병원이 의심환자가 다녀간 사실을 공지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보건당국은 감염력이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지만, 메르스 초기 진화 실패의 뼈아픈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접촉자 명단을 의료기관에 신속히 제공해줄 것을 촉구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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