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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 남북관계 전환점 만드는 계기로

입력
2015.10.13 17:06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 길에 올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 양자 정상회담이자 공식 방문으로는 2013년 5월 이후 두 번째다. 특히 이번 박 대통령의 첫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 방문은 군사동맹인 양국관계에 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16일(현지시간) 열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단연 북한 문제다. 지난달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전후해 장거리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 강행을 예고한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 의제는 북한의 도발 억제에 맞춰졌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북한이 창건 행사에서 유화 제스처를 보임에 따라 양국의 대북 공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가 이런 북한의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다. 남북교류의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전략적 인내’를 명분으로 북한을 방치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기조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의 미묘한 변화를 한반도 안정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느냐 여부가 이번 회담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핵 언급이나 남측 비난 발언을 자제한 것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암묵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을 보는 중국의 달라진 시각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이번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상무위원을 평양에 보냈고, 김정은에게는 처음으로 시 주석의 친서까지 전달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2년 넘게 사실상 고위급 교류가 없었던 상황과는 다르다. 류 상무위원은 이례적으로 3박4일의 긴 일정으로 북한에 체류하면서 김정은과의 친밀감을 과시했다.

북중관계 복원은 우리에게는 양날의 칼과 같다. 한반도 안정을 표명해온 중국의 영향력이 먹혀들 여지가 커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중국이 북한을 한미동맹에 맞서는 전략적 자산으로 삼으려 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옵션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과거와 달리 이번에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금 남북관계의 흐름은 좋다. 8ㆍ25 고위급 합의의 첫 단추인 이산가족상봉 절차가 차질 없이 이행되고 있고, 남북 당국자회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이런 흐름을 잘 견인하고 새로운 추동력을 도출해 낼 수 있다면 남북 간, 북미간 관계개선은 물론,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을 해소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전략적 결단을 갖고 한미 정상회담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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