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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기 내 국정화 완료는 무리, 박 대통령이 풀어야

입력
2015.10.13 16:55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가 예상했던 대로 정국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여야가 사생결단식 찬반 총력전에 나서면서 경제 살리기와 노동 개편, 예산 등 시급한 국정 현안들이 모두 표류할 조짐이다. 교수와 학생,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등 사회적 파장도 증폭되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사분오열된 우리 사회가 철 지난 이념논쟁으로 갈등과 혼란이 커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번 국정화 논란에서 이념 문제는 차치하고 보수와 진보 양쪽이 한결같이 걱정하는 부분은 부실, 졸속 교과서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은 국정화의 명분인 고품질 교과서 편찬 약속을 지키기 쉽지 않다는 데 부담을 갖고 있고, 진보 진영은 한 번 잘못 만들어진 교과서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데 조바심을 보이고 있다. 1년 만에 집필을 끝내겠다는 턱도 없는 일정에 권위와 전문성을 인정받는 교과서 집필진 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데는 양 진영에 이견이 없는 셈이다. 뉴라이트 등 극우적 시각과 사실 오류가 범벅이 된 날림 교과서가 나오는 것을 반길 사람은 누구도 없기 때문이다.

사태의 본질은 국정화에 있지만 적용 시기를 2017년 1학기로 못박은 것부터가 문제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 개편과의 연계를 이유로 대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국정, 검인정 여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교육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정교과서를 실현시키려는 정권 차원의 의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교과서편찬에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기간도 무시한 채 대통령의 뜻에 맞추기 위해 국가 백년대계를 흔들려는 것은 매우 그릇된 판단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박 대통령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어제 방미에 앞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라와 경제가 어려운데 정치권이 국론분열을 일으키기 보다는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를 이뤄서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국 파행을 불사하면서까지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는 한가운데 박 대통령이 있고,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만을 치우치게 미화하려는 개인사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그 하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여론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이런 불필요한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정화 시기를 못박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리 시간을 정해놓고 짜맞추듯이 해서는 수준 높은 교과서가 나올 수 없다. 보수와 진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역사 교과서 제작에 1년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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