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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든 현안 덮고 국정화 소용돌이 말려드는 국회

입력
2015.10.12 18:11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발표가 빚은 사회적 논쟁의 소용돌이에 여야가 깊숙이 말려들고 있다. 형식상 국정화 논의에 앞장서 온 여당이 정부 발표를 환영하며 여론몰이에 나서는가 하면, 야당은 국정화 저지를 위해 장외투쟁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태세다. 실질적으로 국정화 결정을 지휘한 청와대가 “올바르고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원칙론만 강조하며 논란에서 발을 뺀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사교과서 국정화 여부가 입법사항이 아니라 행정명령에 달렸다는 점에서, 여야가 국정화 공방에만 매달리는 것은 의정(議政)의 본령과는 거리가 멀다.

새누리당은 12일 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와 관련,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현행 검인정 역사교과서의 좌편향ㆍ왜곡 서술을 지적하며 국정화 당위성에 입을 모았다. 특히 새로 만들어질 국정교과서를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부르는가 하면, 국회 대표실에 ‘이념편향의 역사를 국민통합의 역사로’라는 글귀를 내걸었다. 국정화 강행에 당내 상당수 의원들의 초기 비판적 시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등을 놓고 수시로 대립해온 친박ㆍ비박의 계파 갈등이 언제 있었나 싶은 일사불란한 모습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모처럼 정부ㆍ여당에 대한 전열을 가다듬었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친일 교과서, 유신교과서, 정권맞춤형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 “국정교과서는 아베교과서” “박정희 대통령은 군사쿠데타,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쿠데타”등 비난에 격한 표현을 총동원했다. 이날 낮 광화문 광장에서 당 지도부가 피켓시위에 나섰고, 앞으로 장외투쟁에도 나설 방침이다. 잠시도 끊이지 않던 친노ㆍ비노의 계파 갈등도 이날만은 잠잠했다.

때아닌 역사논란으로 당장 정기국회의 순항이 기대난이다. 예산안 심의는 물론이고 노동개혁안 처리에도 노란 불이 켜졌다.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반응이란 점에서 정부가 책임을 도맡아 져야 마땅하다. 더욱이 국정화 논쟁은 필연적으로 이념ㆍ노선 논쟁으로 치닫게 마련이어서, 내년 4월 총선을 이념대결의 장으로 바꾸려는 여권의 정치전략까지 읽힌다. 무엇보다 작금의 정치공방에서 새삼 확인하는 것은 독립적 헌법기관의 위상을 스스로 저버린 여당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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