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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관계 회복, 애민정치 과시한 열병식

입력
2015.10.1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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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류윈산, 김정은 옆에서 대화 나누며 나란히 관람, 혈맹관계 복원 신호탄

KN-08 개량형, 300mm 방사포 신무기 공개, 김정은 “미국과 어떤 전쟁도 가능”

“인민들에게 허리 숙여 감사”인민중시 군대중시 청년중시 등 3대 전략도 제시

김정은, 연설 도중 연단에 기대거나 쉰 목소리 힘겨운 모습도. 김여정은 혼자 뛰어다니며 돌발행동도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손을 잡고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손을 잡고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10일 비를 피해 오후로 연기하는 우여곡절 끝에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개최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탄두 형태가 개량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지만, 그 외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등 새로운 무기는 선보이지 않았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육성 연설에서 인민에 대한 애민정치를 강조하는 대신 핵이나 미사일에 관해선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중국 류윈산 (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과 주석단에 나란히 서서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열병식을 함께 관람하며 소원해진 북중관계 회복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포함한 기념 행사를 열었다. 조선중앙TV는 2시 58분께(평양시 2시28분께)부터 열병식을 위한 군인 입장을 시작으로 실황중계하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는 본래 오전 10시께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우천우로 오후에 진행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포함한 기념 행사를 열었다. 조선중앙TV는 2시 58분께(평양시 2시28분께)부터 열병식을 위한 군인 입장을 시작으로 실황중계하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는 본래 오전 10시께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우천우로 오후에 진행했다. 연합뉴스

이날 조선중앙TV로 생중계된 열병식은 당초 오전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가 내리는 바람에 평양시 기준 오후 2시 50분에 시작됐다. 이번 열병식은 김정은 정권 이후 다섯 번째로, 노동당 창건일을 기념해 열병식을 개최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북한은 201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2월16일)과 김일성 주석(4월15일) 생일, 2013년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7월27일)과 정권 수립 기념일(9월9일)에 열병식을 개최한 바 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고 있다. 뉴시스

열병식은 김정은이 우리 시간으로 오후 3시 24분 김일성광장에 도착해 군을 사열한 뒤 주석단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특히 주석단에는 당 창건 기념행사 참석차 방문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 나란히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류 상무위원은 김정은 바로 뒤에 입장한 뒤 행사 내내 김정은 왼쪽 옆자리를 지키며 행사를 지켜봤다. 러시아가 공식 경축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으면서 주석단에 오른 외국대표는 류 상무위원이 유일했다. 김정은 오른쪽으로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군부 인사가, 류 상무위원 옆엔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위치했다. 통역을 대동한 류 상무위원과 김정은이 열병식 내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화면에 많이 노출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냉랭해진 북중관계를 청산하고 혈맹관계로 회복하기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 노동 1호 미사일(핵탄두 탑재가능)이 조선중앙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 노동 1호 미사일(핵탄두 탑재가능)이 조선중앙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열병식에서 북한은 소형화된 핵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량형도 처음 공개했다. KN-08은 지난 2012년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탄두 형태가 뾰족했으나 이번에는 둥근 유선형 형태로 개량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군 당국은 핵 탄두 소형화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KN-08은 사거리가 1만 2,000여km로, 개발 완전 성공 시 미국 중서부까지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또 최근 개발해 수 차례 시험 발사에 들어갔던 300mm 신형 방사포의 실물도 처음 공개했다. 신형 방사포는 사거리가 200여 km에 달하며, 대전 계룡대까지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5월 사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SLBM의 실물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전승 6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트럭을 타고 등장했던 ‘핵배낭’부대는 전보다 늘어난 규모로 다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북한은 노동당 마크와 당 창건 기념 70이란 숫자를 형상화한 편대 비행으로 에어쇼도 선보였다.

이날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육성으로 대중연설을 20여분간 진행했다. 연설에서 김정은은 인민이란 단어를 수십차례 강조하는 등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인민들에게 허리 숙여 감사 드린다”거나 “인민대중은 전지전능하다”라고 치켜세우는 등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의식한 표현도 두드러졌다. 특히 김정은은 인민 중시, 군대 중시, 청년 중시라는 3대 전략을 내세우기도 했다. 김정은은 전체 당원들을 향해 “인민들에게 멸사봉공하자, 위대한 조선 인민 만세”라고 언급하는 것으로 연설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자 김일성광장을 가득 메운 인민들 사이에선 크나큰 함성과 환호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10일 0시(남한이 표준시로 사용하는 동경시 기준 0시 30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동지가 영광스러운 조선 노동당 창건 70돌에 즈음하여 10월 10일 0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10일 0시(남한이 표준시로 사용하는 동경시 기준 0시 30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동지가 영광스러운 조선 노동당 창건 70돌에 즈음하여 10월 10일 0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끝난 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환호하는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주석단을 내려가고 있다. 뒤편에 김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붉은색 동그라미) 노동당 부부장이 보인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끝난 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환호하는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주석단을 내려가고 있다. 뒤편에 김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붉은색 동그라미) 노동당 부부장이 보인다. 연합뉴스

김정은은 연설에서 “제국주의의 강도적인 제재와 봉쇄도 강행 돌파해 나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불굴의 기상과 단합된 힘은 원수들을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몰아넣었다”며 “미제와의 어떤 전쟁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핵이나 미사일에 관한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다. 별도의 대남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김정은은 연설 초반 인민들을 바라보며 여유를 부렸지만, 시간이 길어지자 두 손으로 연단을 잡고 기대거나 쉰 목소리를 내는 등 체력적으로 힘겨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이날 김정은의 연설 도중 여동생인 김여정이 주석단 뒤편에 세워놓은 깃발에 숨어있다 재빠르게 뛰어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황병서 등 나머지 인사들이 경직된 표정으로 숨죽여 김정은 연설을 경청하는 동안 김여정은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닌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책을 갖고 있는 김여정이 이번 열병식 기획에도 관여, 행사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다 돌발행동이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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